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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뉴스를 따라다니지 않아 뉴스를 만들지 We don't follow the news. We make the news. 로저 에일스의 "왕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역겨운 인물에 대해 우습게 보이도록 하지 않으면서 인정은 하지만 추종하게 만들지 않는 연출이 돋보인다. 바이스, 미세스 아메리카, 라우디스트 보이스... 이쯤 되면 미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왜 보수 인물들에 대해 파헤치는지 궁금해진다. 꼭 트럼프 당선 과정을 계속해서 복기하고 다음은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거처럼. 그만큼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긴 건가 싶고. 특정 인물을 섣부르게 악마화 시키거나 덜 익은 풍자로 평가절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종일관 진지하게 인물에 대해 서술한다. 이런 시선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을 이해하게 하고 사건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로저 에일스의 권력이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는지 보여준다. 밖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방식임에도 그의 왕국에선 통했다. 그러니 어쩌면 모두가 폭력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레천 칼슨을 향한 비난과 꼬리표에 날이 서있다. 이 상황이 그다지 낯설지 않다. 사람들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발을 쉽게 무시한다. 오히려 그렇게 당하면서 왜 그곳에 오랜시간 있었는지 책임을 전가한다. 드라마를 보고나면 의문이 든다. 갑자기 새벽 4시에 출근하라는 그에게 왜 찍소리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는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그의 방식에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그녀를 비난해야 평소에 그정도 폭력은 감수하는 자신에게 덜 미안해져서 그런 걸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그녀는 박수 받아야 마땅하지 않나. "위력이 왕성하게 작동할 때, 위력은 자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위력은 그저 작동한다."(김영민) 미국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만든 로저 에일스는 소리 없는 위력으로 사람 위에 군림했고 그의 위력은 새로운 목소리로 파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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