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씨에이
2.0

사채소년
영화 ・ 2023
평균 1.6
4.6/자꾸 재미와 완성도를 독촉하게 됨. 관객들을 영화적 사채업자로 만드는 졸작. / 나름 흥미롭긴 했던 초반부, 이내 점점 산으로 가며 망가져가는 중반부, 수습을 포기한 듯 침몰하는 후반부. / 일수꾼 셔틀이라는 주인공의 초반 설정이 꽤나 흥미로웠음. 기본적으론 지능적이며 신사적으로 대상을 괴롭히는 프리더형 일진에 의한 괴롭힘의 형태라 익숙하긴 했지만, 피해자가 다른 것도 아니고 일수꾼 노릇을 하고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꽤나 유니크하게 느껴졌음. 또한 사채업자에게 비법을 전수받아서 무려 돈놀이로 일진을 보기좋게 제압하고 신분상승을 이뤄내는 흐름 역시 흥미진진했음. 매번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강진이 좀 갑작스럽게 막 나간다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돈놀이라는 독특한 소재빨 덕에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음. 물론 그 전에 사채업자 랑이 강진을 스카웃한다는 흐름 자체가 너무 뜬금없어서 상당히 거슬리긴 했지만, 이후 사채를 쓴 고딩들의 부모를 털어서 한탕 해보려 했다는 나름의 큰그림을 밝히기에 그럭저럭 퉁쳐줄 순 있었음. / 허나 이후 강진이 남용을 무너뜨리며 배운 스킬을 살려서 고딩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사채업자 노릇을 시작하는 전개는 영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개연성 떨어지거나 부자연스럽게 거슬리는 부분들도 다수 보였으며, 오글거리는 그림들 또한 심심찮게 목격됐기에 갈수록 흥미가 뚝뚝 떨어졌음. 더불어 강진이의 고교사채왕으로서의 흥망성쇠, 부활한 남영이네 세력과의 대결이라는 메인 줄기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차보이는 와중에 자꾸만 사족들을 끌어들이는 통에 이야기가 되게 산만하게 흘러갔음. 좀처럼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서브 플롯들, 다영이의 집안 사정 및 여자 일진들과의 신경전과 과거 친했던 걸로 보이는 헤드셋녀와의 과거사 등을 꾸역꾸역 전개하는데, 흐름이 끊겨서 거슬릴 뿐이었고, 간신히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의 몰입조차 방해하는 악수였음. 게다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이제 나름대로 이야기를 정리한답시고 앞서 전개해온 서브 플롯들을 메인과 짬뽕시키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는 산만함의 극치였음. 다영을 둘러싼 여러 사연 및 관계들은 끝끝내 흥미를 유발해내지 못했고, 솔직히 메인 플롯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음. 그리고 막판 들어 강진의 친구 만수의 봉변, 다영의 옛 친구로 보이는 헤드셋녀의 난데없는 칼질, 남영을 짝사랑하던 여자일진의 자살 등, 충격을 가장한 급발진을 연이어 터뜨리는데, 급발진 자체의 말초적인 임팩트에 묻어가며 유야무야 이야기를 수습하려는 얕은 수로 보일 뿐이었음. 이런 식의 눈속임으로 가려보려 했겠지만, 강진이네와 남영이네의 갈등은 도중에 흐지부지 끊겼을 뿐이고, 강진이를 위한 만수의 희생은 이해, 화해 등의 단계를 건너뛴 조급한 전개였으며, 헤드셋녀의 칼질로 인한 랑 패거리와의 일단락은 자연스러운 퇴장이 아닌 느닷없는 삭제에 더 가까웠고, 자기를 짝사랑하던 여자일진이 자살했다 한들 그걸 남영이란 인물의 마무리로 삼기엔 빌드업이 영 부실했음은 물론, 여자일진 캐릭터를 너무 부속물 취급한 느낌이라 거부감도 들었음. 하여튼 영화의 마무리는 거의 침몰 수준으로 산만하고 난잡하기 그지없었음. / 사채업자 랑 역을 맡은 가장 낯이 익은 배우 윤병호 정도만이 믿을 구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린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가 대체로 괜찮았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활약했던 남영 역의 유인수 배우와 이찬형 배우의 일진 연기는 그리 과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편이었고, 강미나는 캐릭터 자체의 존재감은 아쉬웠지만 연기는 무난했음. 주인공 강진 역의 유선호 배우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후반부 들어서 이야기와 함께 캐릭터까지 무너져 버린 건 좀 아쉬웠지만, 그 전까지 보여준 학폭 피해자로서의 암울한 모습과 사채를 통해 서열이 급상승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퀭한 눈빛과 포커페이스를 통해 꽤나 그럴 듯하게 표현해줬음. 다만 몇몇 단역 및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좀 오버스럽거나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가끔 거슬리기도 했음. / 교복입고 바에서 홀짝거리고 있는 잘 사는 집 일진들의 사교 모임이라는 골드클럽의 진풍경, 아무리 있는 집 자식에 일진이라 해도 고딩 주제에 노래방 룸에서 혼자 술에 떡이 돼있는 남영과 속버린다며 안주를 챙겨주는 짝사랑 일진녀의 꼴, 일진인 동시에 모범생이기도 하다는 설정을 보여주고자 넣은 듯한 영어 발표 장면 등, 예상 밖의 항마력을 요하는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이따금씩 튀어나오는 바람에 좀 곤욕스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