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JE

JE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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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빛

영화 ・ 2006

평균 3.6

2023년 12월 23일에 봄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황혼의 빛>은 유난히, 너무나도 호퍼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호퍼의 '밤을 새는 사람들' 속 인물들을 보며 만든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쓸쓸하고 건조한, 그러나 따스하게 색채가 살아 있는 많은 숏들도 그렇지만, 도시를 밝히는 불빛들과 어스름한 자연광들의 대비와 어우러짐이 그렇다. 원제는 비록 잘 모르겠으나, 낮과 밤이 만나는 듯한 한글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영어 제목마저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호퍼의 그림 속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어떤 경계의 감각들도 서려 있다. 단순히 조명의 문제를 넘어, <황혼의 빛>은 캐릭터들 자체가 도무지 넘나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서로의 세계를 산다. 저마다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그게 외롭게 한다. 노동과 자본의 간극인가 싶기도 하고, 희망과 욕망의 차이인가도 싶다. (전에 본 감독의 다른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무표정함은 결국 그런 외로운 세상을 향한 최선의 반항이자 안간힘처럼 느껴진다. 표정을 내비치는 순간 모든 걸 들켜 버릴 것만 같은 눈빛. 특히 인상 깊은 빨간 옷과 파란 눈. 그러다 마침내 겨우 맞잡은 두 손의 따스함이 뭉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