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Sunny

Sunny

3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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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시리즈 ・ 2022

평균 3.6

2023년 02월 11일에 봄

현실을 완전히 떼어놓은 사랑이 가능할까? 돈이 없어 집 앞 슈퍼 앞에서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두 사람이 근사한 바에서 와인을 마시는 두 사람보다 더 아름답게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가난한 현실 앞에 사랑이 굳건히 풍족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랑에는 사랑 아닌 것들이 섞일 틈이 많아진다. 그것은 때로는 생존이고, 생계이고, 가족이고, 미래이기에, 더러는 구차하고, 자주 미안해진다. 그러기에 가난한 사랑은 그렇지 않은 사랑보다 더 쉽게, 더 혹독하게 시험대에 오른다. 이 지점에서 믹스커피-핸드드립-커피머신-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이어지는 장면전환으로 인물들의 계급을 보여주는 연출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사랑의 화살표는 무심하게도 현실과 다르게 흐르며, 사랑을 완전히 떼어놓은 건조한 현실로만 살아가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아이러니. 결국엔 사랑이 고된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 된다는 것 또한 진부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사랑의 利害와 理解 사이의 긴 여정, 그리고 16화에 걸친 지난한 도돌이표, 달세뇨와 다 카포의 반복. ** "사랑도 적금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맡긴만큼 원금이 보장되고 시간이 흐르면 이자가 차곡차곡 쌓이고, 만기가 되면 이율에 맞게 불어나 정확하게 다시 돌아오도록. 하지만 사랑은 인생에 있어 가장 불안전한 투자상품이다. 이자는커녕 원금 손실을 각오해야 하고 자칫하다 마음까지 송두리째 파산된다." (드라마 소개 중) "안수영을 향한 나의 마음은 인출사고였다. 마음을 꺼내면 안 됐던 상대에게 마음을 줘 버린 사고." (1회) "내 꿈은 평범이야. 평범하게 사는 거. 평범하다는 건 부족한 게 없다는 뜻이거든. 두루두루 잘 산다는 뜻이지. 아, 그렇게 살고 싶다." (3회) "숫자는 많은 걸 말해준다. 재산, 사회적 지위, 가능성의 모든 것. 그리고 알게 한다. 미래가 힘든 사람이라는 거,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라는 것까지." (6회) "종현씨 난요, 누군가한테 쉬운 일이 우리한텐 어려운게 화가 나요.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게 우리한텐 절실한 게 화가 나. 이 돈은 내 화풀이에요." (10회) "종현씨에 대한 내 마음에 사랑이 없는 거 같아요? 그럼 종현씨는요, 나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기만 해요?" (12회) "각자의 이유로 아팠던 그 밤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모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켰을 수도, 다가올 시간을 두려워 했을지도, 모든 걸 조용히 감당했을 그 밤. 조용히 곱씹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 (14회) "생각해보니까 한번도 고맙단 말은 안한 거 같아서. 아빠가 항상 뭔가 주려고 할 때마다 마음이 아니라 물질로만 떼우려는 것 같아서 싫었거든요. 근데 그것도 사랑인 것 같아서. 어쩌면 아빠도 이 말이 듣고 싶었겠구나 싶어서. 그래서 고맙다구." "어릴 때 엄마가 목욕하고 나면 이거 하나씩 사줬어요. 그럼 그걸로도 되게 행복했는데.. 이제 행복하려면 필요한게 너무 많아진 거 같아요." (15회) "지나간 사랑은 흔적처럼 남는다. 하지 않았던 선택을 후회하게 하고, 했던 선택도 후회하게 하고, 죽을만큼 힘든 건 아니지만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불쑥..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1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