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지난 활동을 기록한 이소현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영화는 2015년 극단의 결성부터 2020년 안산 단원고에서 무대를 올리기까지의 시간을 담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동만으로 가득한, 혹은 슬픔을 딛고 꿋꿋히 일어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시간을 담아내기만 하지 않는다. 물론 감동과 웃음이 가득한 영화이지만, 영화의 중심은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에게 모티프를 얻은 연극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갈등을 반복하는 극단 노란리본 멤버들의 이야기다. 이 갈등은 사회적 참사 유가족의 모습을 다룬 다른 다큐멘터리들보단, 차라리 연극이나 영화를 준비하며 서로 반목하는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여배우들>이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다 보니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경험이 쌓일 수록 연극 자체에 대한 욕망이 발생하며 벌어지는 여러 갈등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한 연극은 어느새 삶의 일부이자 예술적 욕망으로 자라난다. <장기자랑>은 그러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낸다. 장민경의 <세월>처럼, 혹은 <더블 레이어드 타운>이나 하마구치 류스케와 사카이 코의 <파도의 소리> 연작처럼, 참사 이후의 유가족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하나 둘 등장하며 참사를 다른 각도에서 목격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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