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설계자
평균 2.0
2024년 05월 29일에 봄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작품. 스토리, 촬영, 음향, 연기, 맥거핀, 인물 내면 묘사, 서스펜스, 모든 점이 완벽한 웰메이드 한국식 팝콘무비. 심지어 한국상업영화 고질병 중 하나인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면모 같은 것도 없다. 오히려 느슨했던 초반부의 흐름에 비해 후반부의 몰입감은 가히 최고이다. 눈속임이 굉장히 심한 영화다. ‘서스펜스 구현이 뛰어난 작품’은 ‘긴장감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맥거핀’을 주입시켜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을 디폴트값으로 남겨둔다. 범인이 누구인지 계속해서 단서를 추적하는 것과 갑작스러운 경찰의 취조, 예상치 못 한 전개 같은 부분들은 쉴 틈 없이 ‘불안’, ‘긴장’이 되어준다. 관객들의 감정을 뜻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작품이야말로 ‘압도적으로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 “차라리 겁먹는 게 나아. 그래야 실수가 없어.” 이 영화는 캐릭터 내면의 섬세한 묘사도 일품인데, 우선 주인공 영일의 ‘시리도록 차가운 신중함’이 강동원이라는 배우와 잘 어우러진다. 특히 ‘그만큼 감정적이고 겁이 많기에 신중하게 되는 캐릭터 특성’은 강동원 특유의 눈빛으로 표현된다. 또, 한순간 범인으로 몰리는 것 같은 월천의 눈물은 ‘정말 억울한 것이 느껴질 정도로’ 진실되었고 소심했던 점만은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까지 ‘괜찮다며 영일을 안심시켜주기까지 하는, 성장하는 인물’로 그려져있다. 예고편 포스터부터 ‘진작에 최종빌런으로 알았던’ 이치현 역시 초지일관 빌런 특유의 냉철하고 감정 없는 표정을 짓다가 결국 최후의 순간 미소를 짓게 되고, 재키는 경험이 많은 만큼 잃을 게 많아 보이는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게 과하지 않게 잘 묘사가 되었다. 정말이지 캐릭터 구체화가 훌륭한 작품은 간만인 것 같다. “난 사랑한다는 말보다 필요하다는 말이 더 좋더라.” 한국범죄영화는 ‘누아르’와 ‘오락’이라는 장르에 갇혀 있지만 이 작품은 무겁고 스타일리쉬한 점이 사실상 <독전>에 가깝다. 기존 범죄영화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그리고 <독전>이 과일안주에 레드와인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작품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블루레몬에이드’ 같은 느낌이다. 강요당하는 알코올이 아닌, 어떤 장르 안에 국한된다기보다는 독창성 있는 연출에 힘입어 본연의 짙은 색깔을 띠고 있다. 한국영화계에 이렇게 영역표시 할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먼저 그만하자고 했잖아.” “내가 멈추지 않을 걸 넌 알았겠지.” [이 영화의 명장면] 1. 감전 감독이 이 장면에 공을 들였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이 장면의 컷, 연출, 분위기 모든 것들이 감각적으로 섬세하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피사체를 먼 거리에서 롱샷 혹은 풀샷으로 잡다가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인물이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하기도 하고, 음향 역시 일반 범죄 장르에서 체험하기 힘든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굉음섞인 사운드, 또 슬로우모션을 사용하여 떨어지는 빗방울마저 드라마틱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라진 재키에 대한 미스터리와 언뜻 보이는 재키를 닮은 실루엣이 이 장면의 신비로운 매력을 더했던 것 같다. “이거 사고 맞죠? 저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2. 배신감 이 장면에선 냉정과 침착을 유지했던 영일이 감정적으로 무너진다. 그 신중함으로 모든 사건을 일사천리로 해결했던 인물이 어떠한 기억의 상처로 인해 분노와 우울을 표출하는 장면은 늘 극전개에 있어서 흥미롭고 입체적이기 마련. 짝눈이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죄책감, 또 동료를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모든 감정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장면이다. 감독은 이때다 싶어 자신이 서스펜스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모든 필살을 총동원으로 이 장면에 몰아넣기도 한다. “사람 믿지도 않잖아. 믿으려고 하지도 않잖아.” 쉬지 않고 결말만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 현대사회를 겨냥한 차가운 매력의 웰메이드 범죄극 “그럼, 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