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on
1 year ago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평균 3.8
역사의 등허리는 물줄기를 닮아있다. 떨어지는 물소리를 배개삼아 폐허가 된 꿈을 꾼다. 꿈이란 것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상실한 여정. 이름을 앗아간 채 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으로. 역사의 가장 간지러운 부분을 긁는다. 각질처럼 시신이 떨어지고. 그들에게도 꿈이란 게 있었을 것이다. 시신들이 서로를 벽돌삼아 쌓아 올린 폐허. 혼곤함 속에서 실향민처럼 터벅터벅 걷는. 여전히 이름을 빼앗긴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