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na
1 year ago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평균 3.4
역시 시집은 제목이 팔할이다.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라니, 그러니까요! 제 말이요! 하며 홀린 듯 모셔 온 시집… 아뿔싸. 사기 전에 한두편 읽어볼 걸. 이 길고 난해한 시들은 고난도 비문학 지문을 눈으로 훑을 뿐이던 고삼 시절로 나를 회귀시켰다. 도저히 내 것이 될 틈이 없다. 시인에게 빙의를 하지 않는 한 나의 부족한 시독력(내가 방금 생각한 단어다 후후)으론 절대 이해하지 못할 시들로 가득했다. 다 읽기까지 몇 번이고 펼쳐봤거니와 분명 읽었던 시인데도 다시 보면 완전히 낯설어서 진도가 매우매우 더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은 시의 표면이라고 할까, 바다라고 한다면 햇빛이 닿는 수심 정도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듯한 맛이 있다. 한 행 한 행이 흘리고 곧 잊혀질 파도의 리듬 같았다. 그래 시인의 심해는 모르는 채 남겨두는 것도 좋겠지…라고 생각하며 한창 더울 때 시작했던 시집을 덮는다. 맨 뒤 해설이라도 읽으면 뭐라도 느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쩜 모의고사 해설지가 별 도움 안 되는 것까지 닮았네. 바다 가장 진한 색을 가진 표지가 멋진 제목을 뽐내도록 책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어야지 그런데 어쩐지 시집이 날 째려보는 것 같다… 이해 못 해서 미안해 그런데 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