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Giru Noh

Giru Noh

9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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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찡 막막

영화 ・ 2013

평균 2.5

찡찡 막막 진짜진짜 많이많이 한글로 적기엔 너무 길어 태국어로 적은 건가. 영화에 진짜진짜 많이많이 나오는 대사여서인가. 제목이 찡찡 막막이다. 영화는 감독의 실제 경험이다. 감독은 60% 정도가 반영되었다 하고, 남주연배우는 거의 다 감독 자기 이야기로 보면 된다고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감독은 주연배우의 말에 큰 부정을 하진 않았다. 영화감독 지망생, 만년 조감독 한국인 남편. 태국에서 온 아내. 둘 사이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준다. 영화치고 큰 사건이라 불릴만한 일이 없다. 영화 내내 무미한 불안함과 걱정이 가득하다. 계속 뿜어내는 훈김과 담배 연기는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차가운 사회의 모습이다. 이방인에 대한 냉소이다. 한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찬 공기를 몸 안으로 들여보내야 살 수 있는 이방인, 그리고 가난한 한국인의 평범하고 힘든 일상이다.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에 시나리오를 쓰고, 낮에는 알바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삶은 고단하다. 한국어가 서투른 아내는 배고픔을 참다 못해 접시 닦는 알바를 시작한다. 번 돈으로 라면에 넣을 '두 근 같은 삼겹살 한 근'을 산다. 고기를 주문하는 한국어가 어눌하다. 정육점 주인은 잘 못 알아 듣는다. 뒤에 온 아주머니가 유창한 한국어로 먼저 달라고 주문을 한다. 태국에서 온 아내는 다시 어색한 맞춤법으로 '두 근 가튼 한 근'을 적어 보여준다. 몇 번이나 말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말을 글로 적어 살 수 있었던 삼겹살을 새끼손톱 만한 크기로 썰어 라면에 넣는다. 평소와 다른 라면 재료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프다. 몇 분 전만 해도 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점 주인의 색안경 쓴 시선과 아주머니의 무시를 견뎌야 했는데 말이다.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1. 고기를 넣은 라면이 굉장히 맛있던가 2. 이방인을 보는 편견의 안경, 가난에 대한 무시에 익숙해진 것이던가. 둘 중 하나다. 어쩌면 둘 다. 이 장면을 보며 4년 전 엄마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엄마는 병원에 갈 때 영어가 익숙지 않아 아빠랑 종종 갔다. 하루는 아빠가 영화 주인공처럼 돈을 버느라 바빴는지 엄마 혼자 병원에 가야 했다. 엄마는 의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에게 물어 종이에 영어로 적어 갔다. 그리고 사전을 들고 갔다. 병원을 혼자 가야 하는 마음은 사전의 두께만큼이나 무거웠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사전과 함께한 진료 성공담을 자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기쁘고 슬펐다. 영화는 이런 작고, 기쁘고, 슬픈 장면을 천천히 담았다. 태국에서 온 아내는 단지 사는 장소를 옮겼을 뿐인데 당연하던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보여준다. 아내는 태국에서 온 이방인으로, 한국인 남편은 가난이란 꼬리표를 붙인 이방인으로서 아슬아슬하게 가늘면서도 질긴 삶을 이어간다.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안경 없이,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다. 영화를 15세 이상 관람가로 만든 명장면은 배우의 얼굴을 빨갛게 만든다. 감독은 영화가 헤어진 첫 번째 아내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라고 했다. 이 장면은 마치 감독의 미안함을 쥐어 짜내는 듯하다. 3개국어로 펼치는 명연기 덕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것도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일까. 다음 작품은 태국 남자, 한국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다음 작품을 보기 전에 찡찡 막막을 한 번 더 봐야겠다. 불안하면서도 행복한 영화다.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