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리
5.0

치하야후루 3기
시리즈 ・ 2019
평균 4.4
2022년 04월 22일에 봄
4기 기다리는 중. 3기까지 봤으면 꽤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이유는 이 애니메이션은 순정 장르지만 '(경기) 카루타'라고 하여 백인백수의 고전시가로 하는 카드 스포츠를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만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래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흥미진진했고, 순정 로맨스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사랑고백 대사 등에 면역이 없는 사람으로도 좀 괜찮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 '치하야'는 '치하야후루'로 시작되는 고전시가 카드로 상징되고, 그 카드를 잡고 못 잡고가 전체 등장인물에게 큰 의미로 나오는 식. 타이치와 아리타라는 두 남주인공과 치하야 사이 삼각관계도 초등학생 때부터 쌓여서 우정과 사랑 사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인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들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치하야가 만든 학교 카루타 부의 이야기부터 치하야, 타이치, 아리타의 라이벌로 나오는 인물들의 서사가 굉장히 탄탄하다. 특히, 육아휴직 후 복귀하려는 퀸이라는 건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처음 보는 캐릭터 같아서 좋았다. 또한, 그녀가 50대에 명인에 도전하려는 하라노 선생과 같이 나온 것은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건 삶에서 지향해야 할 바이니까, 이 애니메이션이 모든 인물의 꿈을 탄탄하게 다뤄준다는 건 상당히 이상적인 연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인물들이 흔히 말하는 사기캐가 아닌, 각자의 사정이 있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상적 연출을 잘 이끌어주는 부가 요인. 자기 또래이면서 카루타의 여자 1인자로 있는 퀸을 외롭지 않게 하고 싶다는 치하야의 모습도 좋은 연출이었다. 치하야는 퀸을 카루타에 있어서는 경쟁자이지만 평소엔 친구라고 여기는데, 스포츠가 지향하는 바는 이런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라노 선생을 응원하던 친구이자 경쟁 동호회 회장님의 모습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도 한 번 보고 싶은데, 카루타 실제 경기 영상은 그리 재밌지는 않아 보였기에 고민된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 일본 지역별 사투리가 너무 기분 좋게 나와서 그걸 실사판의 목소리로 제대로 듣고 싶은 마음도 있음. *후에 실사판 봤는데 이젠 만화책 원작이 보고 싶어졌다.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