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ndezvous

여덟 개의 산
평균 3.8
산을 삶의 배경이자 터전으로 보여주며 두 남자의 인생의 본질과 우정을 마음 한 편이 은은하게 아리도록 그려낸 작품!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서 두 남자의 산에서의 인생은 서로 엇갈릴 수 밖에 없는 얄궂음과 모순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불완전성 속에서도 산에 빙하가 백년넘게 차곡차곡 쌓이듯 산에서의 추억들을 반추해보면서 계속해서 우정을 꿋꿋이 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빙하가 녹듯 인생의 굴곡은 있겠지만 자연이 주는 감정들과 함께 나아가다보면 괜찮은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점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피에트로가 이 극의 주인공임을 자연스레 추론할 수 있다. 영화는 피에트로의 나레이션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는 도시에 살면서 여름마다 엄마와 함께 알프스 산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그는 그 근처 마을의 유일한 아이인 브루노와 친해졌다. 약간 심약했던 피에트로와 달리 브루노는 '산'사람으로 대범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이었다. 그런 브루노를 보고 피에트로 부모는 피에트로와 함께 학교를 다니도록 했지만 브루노 아버지가 반대하여 브루노를 자신과 함께 공장으로 데려가면서 유년시절에서의 그 둘의 우정은 잠시 중단되게 된다. 그러고나서 둘은 한번 우연히 본적이 있었지만 서로 인사만 했을 뿐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시간이 15년이상이 흘러 31세가 되던 해에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 둘은 다시 우정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바로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생전에 브루노에게 다 낡아버린 산 중턱에 있는 별장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이었다. 집을 지으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견고해졌으며, 피에트로는 산을 벗 삼아 인생의 방황속에서 어느정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피에트로에게는 이 순간이 브루노에 못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되는 가장 큰 인생에서의 분기점이었다고 본다. 더 나아가, 나중에는 스스로 고립되는 브루노를 포용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성장한다. 첫 번째로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인생의 아이러니이다. 아버지와 자신의 꿈에 대한 문제로 싸우고 가족과 멀리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꿈을 열심히 펼치지 못했던 피에트로인데 산을 삶의 배경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한걸음씩 자신의 의지대로 내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시절 이후 단절되었던 '정'을 제대로 느꼈다. 피에트로는 산을 오르면서 아버지와의 정을 반추해보고, 브루노와의 우정을 깊게 다지고, 가족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랑의 정까지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반면에, 브루노는 산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자신의 뿌리와 근본이 확고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확고한 태도로 인해 타협이 어려웠으며 많은 좌절과 고뇌를 겪게 된다. 이 얼마나 인생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대비인가. 산을 통해 인생의 굴곡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어느 쪽 인생이 옳고 그런 것이 아니다. 인생엔 정답이 없듯이 그 산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에 그대로 몸을 맡기고 수많은 길들 중에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산을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를 배우며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이 영화에서의 가장 큰 바탕이 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들과 생각들이다. 두 주인공이 어렸을 때 산을 같이 다니는 장면, 피에트로가 후에 성인이 되서 산을 여기저기 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치유되고 평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피에트로가 느끼는 질투, 우정의 감정들,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 인생의 모습들이 자연스레 떠올라서 내 기억들을 쉽게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브루노의 힘든 모습들, 자신의 뿌리를 강조하는 모습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영화를 보면서 각자의 삶을 대입해보면서 이 정도로 쉽게 이입할 수 있었던 영화는 또 오랜만이었던 거 같다. 호흡이 느리지만 오히려 이 느린 속도도 마치 실제 인생처럼 느껴져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리고 보고난 이후에도 그들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을 곱씹어볼 수 있는 영화인 거 같아서 너무 맘에 들었다. [씨네큐브 광화문 1관 23.10.08.(일) 13:05] [제75회 칸 영화제(2022) 심사위원상 수상작] [씨네큐브 3주차 현장 이벤트 <여덟개의 산> 렌티큘러 엽서 수령] [2023.09.20. 대개봉] [2023년 #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