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피
5 years ago

거북섬의 표류자들
평균 3.3
로지에가 우리에게 안내하는 세계는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볼 수 있다. 그 세계는 절반의 시간 동안 작용-반작용의 기계주의적 세계를 살아가는 캐릭터들이 그 세계를 벗어나 예외상태로 (말 그대로) 던져지는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보여주는 바캉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계획적이기에 안전한, 혹은 안전하게 계획한 세계가 아니라 일상성에서 벗어난 일종의 예외상태인 세계이다. 시간, 공간, 성격 등의 생각 가능한 모든 것이 변수가 되는 세계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그의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만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어떤 것'이다. 그의 영화들에서는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념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0의 거리에서 즉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로지에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면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과 탄식을 잦은 횟수로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