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
3.0

에로망가 선생
시리즈 ・ 2017
평균 3.7
본인이 (구) 작가 지망생이 아니었더라면 2.5~3.0 사이였을 평작이었겠지만. 기나긴 망생이 시절을 겪어왔던 사람이 볼 때, 레귤러 캐릭터 모두가 본인을 좋아하거나 강한 호감이 있는 하렘 페로몬부터도 우습긴 한데, 그 이상으로 사기적이고 현실성 떨어지는 설정들이 있다. 작중 인물들 전반의 데뷔, 집필활동 나이. 그리고 주인공 집필 속도. 사실 뭐 설득력이야 처참하지만 실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여기까진 넘어갈 수 있는데... 첫째는 등장인물들의 이해되지 않는 동기. 방에 틀어박힌 사기리가, 유의미한 정신병을 앓거나 판단력에 큰 하자가 있지 않음에도 '소통하고 싶다' 는 마음을 먹은 이후 밖으로 나간 게 아니라 뜬금없이 '인터넷으로 그림을 그리자!' 는 발상을 했다는 것. 이미 정신이나 몸에 문제가 있다거나(필자는 얘 피부나 은발벽안인 거로 보아 알비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과거엔 잘만 돌아다녔더라), 정신병력이나 지능 문제로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사기리는 딱히 그런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암만 극 내향성 캐릭터라지만 심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즈미 선생의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시스콘 심리가 시작된 계기가 매우 불친절하게 묘사돼 있다는 점. 작중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시작한 계기가 뭐냐며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 소재가 '계기' 건만, 왜 구렁이 담 넘듯 쓱 넘어가버리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가족>연심에서 가족<연심으로 기운 건지, 그랬다면 언제부터-뭘 계기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족<연심이었는데 이러면 안 된다는 자각은 있어서 초반에 오빠와 동생 사이로 선을 그은 건지 묘사가 불투명/불친절하다. 원작부터 없었다면 직무유기요, 애니화 과정에서 빠진 거면 판단미스라고밖엔. 무엇보다 결정적인 지점은, 대체 무슨 글을 어떻게 쓰길래 1호 팬에 처음 팬그림 그려준 동업자 일러스트레이터가 본인 동생이고(나중에 동업하는 프로가 되자고 약속해서 놀랍게도 진짜 상위 클래스 프로가 됨), 수천만 부 작가가 첫 광팬이자 원고지 수집 장 분량 팬레터를 보내는 팬에, 집필 자체도 주인공 같은 작품을 쓰고 싶어서이며, 여태껏 받은 인세를 전부 줄 테니 자기만을 위한 전속작가가 되어달라고까지? 전생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 우연과 푸쉬가 너무 심하게 들어갔다. 축복을 받다 못해 축복의 태평양에서 익사할 수준. 솔직히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설정에 조금 욱하는 것과 함께(작가가 눈앞에 있었다면 몇 대 날리지 않았을까), 부럽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긴 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바뀐 방향을 후회하고 있지야 않지만- '계속 저렇게 견뎠으면 나도 누구 한 명 이상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선한 영향력을 널리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거물 작가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에게도 저런 팬이 한 명만 있었다면 작가와 글밥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마사무네 같은 형이나 사기리 같은 동생이 있었다면 계속 꿈에 매달리고 있었을까. 하다못해 시장과 다양성, 독자 수 모두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일본어로 썼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 일어를 모어로 쓰는 환경이었다면 더 크게 달랐을까?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물론 모든 작가가 본인 작품에 100점을 매긴다는 식의 대목에선 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후지미 이 인간 뻔뻔스럽게 내여귀에 만점 매겼단 거 아니야. ㄹㅇ 사람이냐? 저런 마인드로 써재끼니까 결말 그렇게 내고도 정신 못 차렸지. 100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빛나는 거 아님? 처음부터 100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그럼 왜 퇴고를 하고 왜 팔릴지 안 팔릴지를 걱정하고 왜 작품성이나 캐릭터에 고민을 하는 거지? 더 향상될 곳이 없는데 의미는 있고? 진짜 심하다. 어지간히 돈에 쪼들리는 작가 아니고서야 보통 박봉 견뎌가며 자기 취향에 딱 맞는 글을 쓰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후한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라는 건 동의하겠는데, 높아봐야 7~90점대지 아무리 자의식 과잉이 심한 중2병 작가라도 과연 몇 명이나 100점을...? 한편, 최대치를 초과한 100만점 메타는 확실히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나도 극소수 인생작엔 만점을 초과하는 점수를 주고 싶으니까. 전작의 충격이 너무 강렬해, 이번 작도 여동생물임을 알았을 때 일체의 접근을 거부하고 쓰레기라 단정지고 있었는데, 인생 영화(원작 만화는 안구와 뇌세포를 보전하고 싶 다면 거르자. 좋은 기억은 딱 영화까지고, 영화로 끝내야 아름답다. 동일 소스인 원작과 이렇게까지 딴 판일 수 있구나 싶어 놀란 기억이 있다.) '히비키' 에서 말했듯 안 보고 판단하는 건 비겁한 짓이었나 보다. 마침 작중에서도 '안 보고 판단하면 아쉽잖아?' 란 대사가 나와 오버랩 되는 듯해 놀라웠다. 엉망진창이고 몰입을 깨는 부분과 아마추어스러운 허술한 전개, 애니화 과정의 과도한 축약으로 의심되는 결점(특히 무라마사의 고백은 무슨 코너 속 코너마냥 비중이 쪼그라들어 처박힌 게 참 불쌍해 보이더라) 또한 있었으나, 그 속에 담긴 '열정' 과 외치는 '꿈' 은 진심인 게 느껴졌다. 그렇게 끝맺고 그렇게 욕을 먹은 뒤 퇴보하기가 더 어렵겠지만 확실히 전작보다 발전한 티가 나네. 서둘고 과장됐으며 비현실적이지만, 마음 한 켠을 울리는 매력있는 성장물. +작가고 제작진이고 사기리에 영혼을 갈아넣었다 보니 귀엽긴 귀여운데, 개인적으론 인성갑에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책임감에 배려심을 겸비한 메구나, 그놈의 판매량-Se 가면이나 가끔 튀어나오는 민폐/시끄러움만 빼면 특유의 통찰력이나 입담, 황금비율 츤/데레, 특유의 입담 등으로 대단히 빛이 나는 엘프가 어째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아, 하기야 뭐 필자는 반골 기질이 있어서- 대놓고 밀어준다는 인상을 받는 순간 확 반감이 생겨버리니까. 메인 히로인이 작중 최애였던 적은 손에 꼽긴 하지만. ++코탄노역... 이쯤 되면 성지순례하러 가야 할 듯. +++작가 앞에서 흑역사를 읊어주면 90% 이상의 확률로 이즈미 선생처럼 폭주합니다. 작가 앞의 낭독회는 본인 허가가 없는 한 자제해주세용... 내가 탄생시켰지만 지나서 보면 부정하고픈 심리... 사기리가 그림이 에로할 뿐이지, 나는 아니다 라고 떼쓰는 거 보면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데, 레바가 허구한날 자긴 정상이라 우기는 게 저런 심리의 발현인가 싶었다. ++++어떤 새기가 관여하는진 모르겠지만 검열 좀 작작 해라.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장면인데 모자이크 남발해서 더 야해 보이고 이상하게 보이더라 그림 전체에 모자이크질을 해대서 뭘 그렸는지 알아볼 수도 없게 해놓질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