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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aji

dudaji

1 month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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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책 ・ 2022

평균 3.9

2026년 02월 13일에 봄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멍함. 먼 타지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올려진 연극을 보고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주연 배우의 독백에 숨죽이다가, 마침내 그녀가 마지막 문장을 모두 뱉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힘껏 박수를 치는 심정으로 많은 문장을 그렇게 감탄하며 읽었다. 황홀한 소설. / 그때 나는 생에 최초로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발견한 거야. 오직 나만을 위해서 거기 있는 듯한 앵두나무, 그네, 내 생각에, 혼자서 그리고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영국식 뒷마당을. / 떠날 수 있다면, 나는 황홀할 거예요. 여기 가만히 있으면 내 밤이 영영 끝나지 않아요. 나를 데려가 주신다면, 나는 황홀할 거예요. / 정말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 어쩌면 나는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위대한 작가나 대단한 작품을 써서 이름이 알려지는 그런 작가가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의 회귀를 기다려온 다락방을 가졌기 때문에 결국 그곳에서 홀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