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이은택

이은택

2 months ago

4.0


content

스토어

영화 ・ 1983

평균 3.7

2025년 12월 29일에 봄

내가 와이즈먼을 찾는 이유가 사회적 주제는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와이즈먼의 다큐멘터리에는 영화적 쾌감이 있다. 서사적 긴밀함보다 더 본질적인 영화의 속성, 그 무언가가 와이즈먼의 영화에는 있다. 1차적으로는 촬영이다. 다이렉트 시네마의 방식으로 접근하지만 그가 갖는 거리감은 시네마베리떼에 더 가깝다. 와이즈먼 영화의 불가사의함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대상과 충분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그 거리까지 다가감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기이함을 무기로 그는 완결성 높은 프레이밍을 구축하고, 마치 B캠을 사용하는 것 같은 다양한 앵글을 구사해낸다. 이러한 소스들을 기반으로 그의 편집은 '영화적' 속성을 얻는다. 회의장에서 한번의 스피치가 이어지는 동안 그는 (마치 동시에 찍은 것마냥)여러 얼굴을 담아내고, 계속해서 다양한 방향에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다. 이때 과감하게도 그는 서로 반대되는 방향을 찍음으로써, 직전의 카메라 위치가 비어있음을 과시하듯 드러낸다. 다큐멘터리임에도 아주 영화적인 문법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쌓이다보면, 피사체는 어느새 하나의 모델, 배우가 되어있다. 그들의 사회적 행동 양식이라는 현실의 방식이 영화적 양식이라는 허구의 방식과 뒤섞이며 와이즈먼 영화 특유의 '시네마틱 비젼'을 획득해낸다. 예외적으로 후반부에, 백화점의 백사이드에서 새인형탈을 쓴 남자가 우스꽝스러운 스트립 축하쇼(?)를 할 때, 딱 한 번 카메라가 등장한다. 쇼를 벌이는 남자의 손에 들린 풍선에 카메라맨과 와이즈먼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보이는데, 이 상황의 특수함 때문인지 이 장면은 편집되지 않고, 와이즈먼은 일관되게 가져오던 카메라의 유령성을 조금은 포기한다. (이 직후 대상과 거리를 벌려 5m정도 뒤에서 촬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