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2025년 12월 30일에 봄
흑백요리사 2를 보면서 두 가지 인상을 받았다. 첫째는 시즌 1보다 훨씬 편안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심지어 더 재밌기까지 하다는 것이다.(최강록과 임짱의 기묘한 예능감은 차치하도록 하자)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흑백요리사의 부제는 '요리 계급 전쟁'이다. 시즌 1이 이중 '전쟁'에 방점을 찍었다면, 시즌 2는 '요리'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이 팀전이다. 시즌 1의 팀전은 권모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원 간의 불화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팀원 방출) 그것을 편집적으로 과장하는 연출('텍스처가 없잖아요")을 곳곳에서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까닭없이 모욕당하거나(안유성 명장)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뒤치다꺼리만 하다 탈락하는(급식대가/이은숙 명장)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경쟁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왜인지 자꾸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 2의 팀전은 정반대로 팀원 간의 조화를 강조한다. 다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 과정에서 누군가 누락되지는 않는다. 대결 포맷 역시 편의점 미션처럼 단순히 변별을 위한 규칙 대신, 출연자 각각의 성격과 요리를 살리는 방식으로 짜여져 있다. 그러다보니 박효남 셰프의 말처럼 "패배자가 꼭 낙오자는 아닌", 경연 프로 치고는 대단히 이질적인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오죽하면 패배가 확정된 참가자들이 줄곧 꺼내는 첫마디가 "(상대방이) 붙어서 다행입니다"일 정도다. 재밌는 점은 이처럼 반反 경쟁적인 대목에서 되려 시청자들이 묘한 카타르시스와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식대첩』을 많은 이들이 추억하는 까닭은 박진감 넘치는 대결 때문이 아니었다.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존중하고, 심사위원조차 감히 이들의 경력과 요리를(심지어 실수가 있었을지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스터쉐프 코리아 2』가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일명 "조리고 곁들이는" 최강록의 어록 또한 팀원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던가. 사실 우리는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지, 서로 치고받는 모습에는 생각보다 관심이 없을 지도 모른다. 다만 경쟁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서는 이러한 기대감을 구현할 방법을 아직 떠올리지 못했을 따름이다. 흑백요리사 2 이후의 경연 프로그램은 바로 이 지점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비워낼수록 아름다운 것"이라는 선재스님의 격언을 마음 속에 새기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