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
3 years ago

조용한 결투
평균 3.5
미후네 토시로가 의사 역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주정뱅이 천사>의 마츠나가가 정신을 차리고 의사가 된다면 <조용한 결투>가 되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시간이 더 흐르면 <붉은 수염>이 된다든지. 어쩌면 구로사와의 메디컬 3부작이려나. 매독 바이러스와의 싸움, 약혼녀를 떠나보내는 내적 갈등처럼 그야말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홀로 조용한 결투를 하는 쿄지인데, 그런 고통을 고독하게 삼키는 모습은 직업 의식이나 어떤 윤리를 떠나 가히 종교적으로도 보인다. 그래선지 개인적으론, 어떨 땐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다만, 그와 대조적으로 내세운 나카다 같은 캐릭터나 쿄지에게 순수하게 감화되고야 마는 미네기시 같은 캐릭터가 조금 나이브하게도 다가온다. 거기에 더해, 수미상관마냥 이루어진 오프닝과 엔딩 속 열띤 수술을 보고 있자면, 어쨌든 전쟁이 퍼트린 다양하고 처절한 바이러스를 꿋꿋이 버티며 상처를 봉합하고 치유해 나가자는 감독의 말이 들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