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3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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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익스텐디드 컷

영화 ・ 2018

평균 3.9

2023년 03월 27일에 봄

"괜찮아요, 저는 형사님 믿으니까." 서영락은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은 형사에게 저렇게 말한다. 상대가 자신을 믿든 말든, 자신이 상대를 믿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말. 그는 처음에는 '이 선생을 잡고자 하는 형사'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자' 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결국 그는 '이 선생'을 잡는다. 확신에 찬 진심이었던 그 말에, 서영락은 믿어보고 싶은 것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총소리에 이어 누가 살아남았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죽은 그 사람이 총을 들었는지는 역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선생을 찾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왔던 나름의 신념들을 깨부수는 행동과도 같았다. 그것이 왜 서영락이 개의 이름을 '진돗개'라고 속인 유일한 거짓말을 유일하게 원호가 알아차렸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아마, 그는 총을 들지 않는 그 순간에, 처음으로 자신이 지켜왔던 신념을 놓아 주었을 것이다. "너는 살면서 행복했던 적이 있냐?" 이 질문은, 행복했을 시절이 없었던 불행한 그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하는 물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컨테이너 안에서 죽어가던 부모를 두 눈으로 지켜보고, 서영락이 아닌 채로 서영락으로 살아가고, 어딘가 차갑고 외로워 보이는 듯한 그는 자신처럼 암울한 사람들이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않게 '이 선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저는 서영락입니까, 아닙니까?" [이 영화의 명장면] 1. 라이카 흡입 김주혁과 진서연의 광기 덮힌 카리스마부터 시작해서 손에 묻은 핏자국, 약을 흡입했을 때의 붉게 충혈된 눈, 약에 취해 보이는 수정의 붉은 잔상들까지. 모든 것이 붉었던 장면. 진하림의 표정과 행동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흉측했으며,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여도 난 그것이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금방이라도 당겨질 것 같은 방아쇠, 박선창이 아니라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은 대리 수치심, 피치 못하게 흡입하게 된 라이카. 정말이지 서스펜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2. 주먹 기도 비호감인 박선창과 더 비호감인 브라이언 이사가 만났다. 박선창은 서영락을 탐탁치 않아 하였지만 거래에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인 걸 알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 브라이언 이사는 그저 감정만을 앞세워 제외하려 한다. 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반박하는 박선창에게 친히 주먹 기도를 베풀어준다. 아무 저항도 하지 못 하고 힘 없이, 그리고 한없이 두들겨 맞는 그가 불쌍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타격감이 정말 찰졌다. 3. 항복 뜻 모르는 사람들 비로소 왜 이 영화의 장르가 '액션'인지 알게 되는 대목. 뻔뻔하게 살려달라는 말을 시작으로 갑작스럽게 총격전이 시작되는데, 수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 조진웅의 정확하고 냉정한 총질 한 방 한 방이 '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녹여주었다. "야! 항복 몰라? 이 새끼야." 상대를 몰아붙일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항복'을 외치는 자와, '항복'을 했는데도 주저없이 목을 졸랐던 자의 처절한 싸움. 진 회장이 어찌나 사악하게도 싸우는지. 사람을 신나게 패다가 춤을 추는데, 정말 흉측했다. 자신을 이렇게 방치한 세상에게 남은 건 불신뿐이었다. '믿음'이라는 걸 잘 알지도 못 했던 사람은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믿고 있는 또 다른 신념을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