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윤종원

윤종원

11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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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영화 ・ 1971

평균 3.9

베토벤의 장엄한 9번 교향곡과 기이하게도 조화를 이루는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 (과학에 의해 개성을 잃고 로봇화된 인간)"는 인간의 존엄과 폭력적 본능의 상반관계와 자유 의지를 통제하려는 권력집단의 파시즘을 풍자하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영화 속 폭력성을 상징하는 극악 캐릭터 알렉스는 강간 및 강도 범죄로 수감되어 정부의 새로운 교화 프로그램 "루드비코 치료법" 대상자로 선정된다. 루드비코 치료법은 대상자를 묶어두고 눈을 못 감게 장치를 삽입한 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들을 보여주며 동시에 약물을 사용하여 구토를 유발하는 세뇌에 가까운 실험이다. 실험 결과가 언론에 노출되어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알렉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교화 프로그램의 본질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큐브릭 감독은 작품을 통해 과연 인간의 본성을 과학으로 억제 혹은 교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자유 의지를 통제하는 정부를 그리며 파시즘의 잔재를 비판하고 터무니 없는 제도를 만들고 번복하는 우매함을 풍자한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큐브릭 감독의 많은 영화들 중 가장 아스트랄한 작품이기도 하다. 원색 바탕의 오프닝/엔딩 크레딧부터 시작해서 괴기하고도 아름다운 사운드트랙, 말콤 맥도웰의 소름끼치는 연기, 아방가르드한 인테리어와 의상들, 기괴하고 오묘한 분위기의 연출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마치 루드비코 실험을 받는 알렉스가 된 마냥 온 몸이 경직되어 조금도 움직일 수 없고 마음이 불편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