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제습기

제습기

1 year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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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아

영화 ・ 1985

평균 4.2

란츠만 감독은 이 참담한 비극을 그 어떤 폭력도 없이 평화적으로 재현, 즉 비인간적인 것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재현해냈다. 이 작품의 9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은 여러 사람들의 증언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인터뷰는 심지어 '그 트럭의 색깔은 어땠나요?'와 같이 정말 의미 없어보이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많은 인터뷰들을 들어보면 결국 다 같은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진행해야만 했을까. 우리가 9시간 동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여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바로 그 모든 이야기가 같은 이야기라는 사실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증언이라도, 쌓이다 보면 하나의 줄기가 되고, 사실이 된다. 자료 분석에 있어 수량은 신뢰성을 의미한다. 단지 몇 명의 증언만으로 당시를 회고하는 게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자세한 증언들을 통해 감독의 주관은 배제한 채 객관성을 보존한다. 9시간이 지겨울 수 있다. 아니, 지겹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이 지겹고도 비참한 생활을 수 년간 견뎌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이 9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