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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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영화 ・ 2013

평균 2.9

2023년 11월 24일에 봄

짜임새도 없고 뭐 하나 잘난 것 없는 서사지만 난 이런 선한 기운을 내뿜는 한국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울기도 엄청 울게 되는. 영화 자체는 별로였지만 영화의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기분이 좋아졌달까. 이런 분위기는 정말 한국영화에서밖에 못 찾겠다. 영화의 질이 조금 떨어져도 되니 또 이런 느낌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번 작품이었다. "이 장면은 박찬욱 감독님 이하 올드보이 전스탭에게 바치는 내 존경의 표시야.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고. '이런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그들이 우리 영화를 봐야 말이지." 우리가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난다"인데, 이 영화는 그 말을 지겹게도 들었던 내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에로', '섹스' 같은 단어들로 온갖 야한 척은 다 하고 있으면서 '꿈'이라는 소재로 초라한 현실을 겪고 있음에도 천천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다가도, 오정세만 등장했다 하면 배꼽 잡고 웃기 바쁘니, 나 자신이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울다가 웃게 만들었다. "사람이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파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 "뭐,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고요?" "소재가 바닥난다고." 개연성과 스토리는 바닥을 치는 수준이지만, 이 영화가 꽤 잘 살리고 있는 것은 바로 '유머'와 '영상미'다. 대사 역시 이병헌 감독의 '대사 티키타카'가 성립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매끄럽게 억지스럽지 않고 기발하다는 느낌도 받았으며 장면장면도 환기가 잘 되고 이미지가 아름다워 몇몇 장면은 캡처하고 싶을 정도로 잘 담아냈다. 조금만 더 보듬었으면 '이 영화 정말 재밌었겠다' 싶은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나한테는 이미 충분히 재밌고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때는 기다린다고 오는 거 아니야. 형 어릴 적 꿈이 4대 보험이었어?" [이 영화의 명장면] 1. 비공개 오디션 이 장면은 안 웃고는 못 배기겠다. 처음 보는 촬영에 당황하는 짐승돌과 정색하며 경멸의 눈빛 날리는 오정세. 이걸 어떻게 참을 건데. 피해자는 오정세인데 갑자기 황찬성은 괜찮다고 하질 않나. 그럴 수도 있지 조그마한 찔림조차 허용하지 않는 게 너무나도 웃겼다. 더 나아가, 인터뷰를 하다 대본 리딩의 소리를 숨기지 못 하고 대충 아픈 환자 역할이라며 얼버무리고 심지어는 직접 신음까지 내주는 오정세가 하이라이트. 진짜 오정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것만 같은 장면. "너 지금 나 뭘로 찔렀냐? 손 치워봐봐. 뭐가 괜찮아? 지금 내가 찔렸는데 니가 뭐가 괜찮냐고." 2. 태종대 영화제 이 곳에 모두가 왔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부모님과, 군말없이 훌륭한 작품을 함께 찍어준 동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이 영화제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랑하는 사람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고 그저 머금으며 진솔한 마음을 털어놓을 땐 너무나도 울컥했다. 비록 초라한 영화제일지라도 진심을 다 해 만든 영화가 상영되는 걸 보며,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 동안 쏟아 부었던 노력들이 생각났을 것이다. 그에게 몰입되다 보면 이 장면이 싫지 않을 리 없다. "처음 에로영화만 찍던 제가 이 작품을 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힘들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편견보다 그 말들이 모두 진짜이게 될까 봐 그게 너무 두려웠던 거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내 곁에서 절 믿어준 이 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일은 못 해도 심성이 맑고 착하여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 있다 오히려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영화적으로는 결함이 많으면서 그 주제에 우리들의 꿈을 응원해주고 있는 고마운 영화다 "너무 실망하지 마. 이제 시작인데. 잘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