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박화영
평균 3.3
2019년 01월 29일에 봄
박화영이 너무 불쌍하다. 자신이 가진 것의 전부를 송두리째 다 바치고도 애써 지어보는 멋쩍은 미소. 그녀 곁에는 친해보이다가도 금세 차가워지고, 항상 이용하기만 하려는 사람들 뿐. 박화영은 항상 욕을 먹고, 누군가에겐 광대마냥 웃음거리일 뿐이고, 많이 맞는다. 겉으로는 멍이라는 상처가 남지만, 약을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상처인 반면, 그녀의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가고, 그 화는 결국 또 다른 약자에게 퍼진다. 나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정말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영화가 진짜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자극적이면서 공감대를 쿡쿡 찌르는 대사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폭행을 하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전부 잔인하고, 등장인물들 또한 악마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 뿐이다.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 박화영의 이중적인 모습이 더해졌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칼부림 박화영은 안 봤어도 이 장면은 다들 많이 봤을 것이다. 바가지 머리를 한 박화영이라는 여자가 칼을 들고 사람들을 위협한다. 정말 비호감이 따로 없다. 또, 엄마에게 입에도 담지 못할 쌍욕을 날리고,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에게 되레 행패를 부린다. 이 장면만 보면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광녀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이 장면을 다시 보면 어딘가, 사랑이 부족한 한 아이가 쎈 척을 부리며,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쌍하다. 2. 박화영 구타 박화영은 또 이용만 당한다. 호의를 계속 제공하고, 그것 자체가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엄마와 딸들의 관계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폭력 앞에서 박화영의 제일 소중한 딸 미정은 늘 그랬듯 그녀의 뺨을 때리고, 박화영은 늘 그랬듯 맞는다. 미정 뿐만 아니라 그 상황을 방관하던 모든 아이들에게 맞는다. 아파야만 정상인데, 그녀는 아픔과 만족감을 둘 다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이제는 안쓰럽기보다는 딸에게 베푸는 호의가 대단한 것 같다. 3. 엔딩 점점 이 영화의 분위기는 무서워져간다. 해서는 안 될 일을 계속해서 저지르고, 무언가 크게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과 동시에, 금방이라도 틀어질지도 모르는 그들의 위태로운 관계가 생성하는 긴장감이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집중해서 영화에 빠졌던 것 같다. 바닥엔 피가 튀겼고, 박화영은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낼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데, 그런 그녀 곁엔 더 이상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박화영, 그냥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을 베푸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만큼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얼마나 행복한지 스스로가 이미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가 이렇게 힘들게 남들을 위해 사는 것도, 상처를 흉터로 변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전부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박화영은 그냥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