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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아내를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충분히 많은 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생활 방식이라고 부른다.' <체체파리의 비법> ---------------------------------- "여자들에게 권리 같은건 없어요. 남자들이 허용할 때를 빼면 없죠." "여자들이 하는 일은 생존하는 거예요. 당신네 세계 기계의 틈바구니에서 하나둘씩 살아가는거죠. " "외계인이라면 익숙해요."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여러분은 스스로를 뭐라고 부르죠? 여자들 세상? 자유주의자들? 아마조니아?" "우리야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지요. 사람들. 인간종. 인류."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 페미니즘 SF의 거장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집 <체체파리의 비법>. 팁트리 주니어의 작품은 여성이 느끼는 세상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이갈리아의 딸들>이 '미러링'이라면, 팁트리 주니어의 작품은 남성이라는 종에 의해 굴러가는 세상이 얼마나 현재 진형형인 디스토피아인지 선언한다. 이 단편집에서 그려지는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살 당하거나, 어차피 남성이라는 외계인들의 세상에서 두더지쥐처럼 생존하느니 다른 외계인들의 세계로 망명하거나, 그 우매함으로 인해 멸종된 남성들의 세상을 관찰한다. 군대나 CIA에서 소수자인 여성으로 일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작품들을 썼다는 작가는 '여성 작가'로 규정되지 않기 위해 팁트리 주니어라는 남성적인 필명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품들 역시 대부분 남성 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그려지며, 남성인 화자는 그 여성들이 겪고 느끼는 감각의 전달자로 기능하는데, 팁트리 주니어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저 생존을 영위할 뿐인 감각'을 몸서리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낸다. 읽다보면 나 역시 이 비참한 세상을 떠나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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