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OEDA

마지막 군단
평균 2.8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다 생각하는 부분이 오도아케르가 로마를 함락시켰을 때라 생각하는데, 우연히 티비에서 그 시대가 배경인 영화가 나와서 보게 되었다. 로마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거의 없었기에 놀라웠다. 전개는 초중반까지는 흥미진진했으나 후반 클라이막스부분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소재의 신선함에 힘입어 초반 전투씬하고 중반 로물루스 구출씬은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중간 중간 여전사 미라와 콜린퍼스의 썸씽도 괜찮았다. 그러나 후반부, 브리타니아 입성에서부터 약간 장황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앵글리아의 왕 보르트긴은 영화 최종보스처럼 등장하기에(그 비주얼까지.) 기대를 했으나 너무나도 허무하게 뒤져버렸다. 사실 전개상 당연히 최종보스는 무려 로마황제의 부모님 원수—(당시 세계관을 생각해보면 대우주빌런타노스급 타이틀인) 울필라가 됬어야 했으므로 커리어로 볼때 고작 허허벌판 브리토니아 하나 정복한거 밖에 없는 보르트긴은 맥거핀신세로 죽는게 필연이였을 터이지만. 내 최애웹툰중 하나인 <고수>의 비운의 캐릭터 '막사평'이 오버랩되는 인물이였기에 등장자체만으로 호감이였는데 아쉬웠다. (둘다 가오만 잡다가 허무하게 죽는다는 점과 가면캐라는 점에서 상당한 공통점이 있어 재밌었다.) 설정에서는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비판하듯— 로마사와 아서왕 전설을 말도 안되게 엮어놨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사실 개억지설정이 맞기는 맞다. 그러나 이 영화가 역사적 고증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야 할 정도로 진지하고 심각한 서사이며, 또한 그러한 설정에 거부감을 표할 고연령대층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일방적으로 비판만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적 측면에서 까일려면 플롯이나 연출 등으로 까여야지 단지 설정에 의해 폭언을 받는 것은 그저 키치적 작품을 눈뜨고는 못 보는 왓챠유저들의 지나친 현학적 태도가 아닌가 싶다. (뭐 설정이 허무맹랑한 것은 그런 태도와는 별개로 사실이며, 그렇다고 하여 이 영화가 연출이나 플롯이 대단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로마제국의(엄밀히는 서로마) 마지막 황제인 로물루스 시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행원과 전사들의 이야기에 오히려 감동하며 봤다. 그러면서도 대체 성씨라는 게 무엇이길래 저리 집착하는 건가 싶기도 하는 역사적인 의문도 들었다. 성씨의 기원은 지배자의 혈통을 나타내기 위한 증표였는데 이미 로마가 망해버린 이상 로물루스 시저를 지키는 게 로마인들의 정신승리나 문화재 보존 등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로마제국주의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이거 보느라 독서실 안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