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평균 3.3
2023년 04월 22일에 봄
버섯을 먹고 몸이 커진 마리오가 벽돌을 박살내고 다니는 광고가 있었다. 버섯을 섭취할 때 나는 효과음과 신이 제대로 난 마리오의 목소리가 바보상자를 통해 나를 유혹했다. '마리오'라는 건, 아직 물욕에 눈 멀지 않았던 나를 처음으로 때 타게 해준 존재였다. 그렇게 생전 뭐 사달라고 하지 않던 내가 처음으로 사달라고 아빠에게 부탁한 것이 바로 ‘마리오’와 함께 할 수 있는 닌텐도였다. "다들 너희는 '안 돼, 못 해.‘ 하잖아. 이 초라한 기분이 싫어."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쿠파였다. 마리오 브라더스의 모습은 형제간의 따뜻한 우애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었고, 관계간의 갈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식상하였지만, 잭 블랙이 열연한 쿠파의 존재감은 마리오보다 굉장했다. 저토록 따가워 보이는 등껍질의 쿠파가 실제로 낼 것 같은 목소리와, 우스꽝스러웠다가- 때로는 무서웠다가- 완급조절은 물론이며 결국은 노래까지 소화해내는 이 완벽한 캐릭터. 내가 하던 게임에 쿠파의 대사는 없었으나 게임 속 마리오의 목소리를 잘 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건 쿠파였다. 사랑 앞에서 찌질하고, 적 앞에서는 한없이 강력한 악당의 매력을 잘 살려낸 것 같았다. "고통은 최고의 스승이다!" ‘마리오‘ 게임은 친구들과 할 수도 있었지만 (없는 것 아님) 사실 혼자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쉽지 않은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가는 것도 어렸을 적 내게는 상당한 성취였고 다른 표현 필요없이 정말 재밌었다. 그러다 중학교 들어서부터 그를 잊고 살았었는데, 어느 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무슨 몽유병 환자처럼 닌텐도를 집어 밤새 과거에 이미 깨놨던 에피소드를 다시 하곤 했었다. 이제 보니, ‘잠이 오지 않았다’는 건 장범준 빙의해서 핑계에 불과하고, 사실 나는 ‘마리오가 보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그 무엇도 우릴 해치지 못 해." [이 영화의 명장면 📽] 1. 동키콩의 등장 예고편에서 나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화염 버섯을 먹고 불을 쓰던 동키콩의 모습이었다. 사실 대각선 줄에 앉은 미취학 아동의 박수를 비롯한 정신 사나운 리액션이 계속해서 거슬렸는데, 동키콩이 온갖 폼 다 잡으며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선 눈 감아주기로 했다. 고양이 폼의 마리오며, 동키콩과 마리오가 벌이는 액션신이며, 실제 게임의 맵 같은 배경 덕에 내가 게임을 하는 줄만 알았던 착각까지. 이번만큼은 박수 칠 만했다. 문득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작품 그래픽 환상이다. 2. 마리오 카트와 무지개 도로 마리오 카트를 잠시나마 뜨겁게 해봤던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맵이 하나 있다. 바로 이 무지개 도로. 길은 꼬여 있고 낭떠러지도 있지만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따위 모른 채로 달렸었다. 우주 같은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지갯빛 불빛이 눈앞에 아른거려 가끔은 게임의 승패는 신경끄고 장관에 집중하고 싶었었던 것 같다. 그 장관을, 이렇게 생동감 있게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꽤나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싱과 어디에다 눈을 놔둬도 되는 무책임하게 아름다운 그래픽까지. 삐딱했던 동키콩과 마리오의 관계가 맞물려지기 시작하는 장면이라 더 좋았다. 3. 슈퍼스타 슈퍼스타를 먹으면 정말 못 할 게 없었으나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뭐라도’ 하게 만드는 마성의 아이템이었다. 일단 전력질주를 하고 봤다. 평소엔 적이 있나 없다 신중한 걸음걸이었다면, 슈퍼스타를 먹고 난 직후는 외려 적을 찾게 되는 내면의 폭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흔하지 않게 등장하는 희귀한 슈퍼스타를 머금고 있는 동안은 그에 응당하는 쾌감을 바라고 있던 나였다. 하지만, 슈퍼스타를 먹을 때마다 나타나는 적들은 쿠파도, 와르르도 아닌 그저 그런 졸개들에 불과했고, 그렇게 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그 굶주림에 목말라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을 이루어주는 마리오 브라더스가 나타나서 슈퍼스타를 야무지게 먹어준다. 위기에 처한 서로를 서로가 구해주고, 힘을 합하여 그렇게나 강해 보였던 거북이를 ‘등껍질’로 만들어버린다. 이게 쾌감이다. 이게 해소다. 이게, 탈피다. 내 유년의 일부를 바쳤던 추억의 게임을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안 나오던 슈퍼스타보다, 버섯을 먹고 거대해지던 마리오보다, 더 큰 행운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