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효능

하버드 사랑학 수업
평균 3.2
<1> 사회통념으로 인해 ‘여자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잘못된 통념에 마주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한 책. 이제와 돌이켜보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아프니깐 청춘이다>와 함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최고의 헛소리 아닐까. . . <2> 연애지침서와 사회통념이 강요하는 ‘여자다운 모습’을 하지 않으면 분명 그 여자다운 모습을 좋아하는 ‘특정 부류 남자’들의 사랑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나’가 아닌 ‘여자다움의 판타지’를 고집하는 특정 부류 남자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역설적이게도 타인이 정한 여자다운 모습에 갇히는 건 오히려 그 부분에만 집착하는 그다지 좋지 않은(?) 부류의 남자들만 꼬이는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만나야 할 상대는 나에게 자신의 이상적인 여성상(남성상)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닌,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아름답고 따뜻한 개성을 발견하고 지지해주는 사람 아닐까. 이런 사람과의 사랑이야말로 진짜 나다운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진짜 사랑 아닐까. . . <3> 사랑은 게임과 분명히 다르다. 게임엔 분명한 규칙과 역할이 주어져 있는데, 이를 사랑에 적용하는 건 스스로 사랑으로 누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데 있어 성역할을 나 또는 상대방에게 부여하는 순간, 우리는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기꾼집단과 사회가 만든 게임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과 나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 만들어놓은 삼류 게임에서 다다를 수 있는 흔해빠진 결말만이 우리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 . <4> 사랑하는 데 있어 성역할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꼽으라 한다면 단언컨대 ‘제약’이라고 말하겠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랑 평생 30가지 단어만 갖고 살아야 한다면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표현의 한계는 결국 깊은 관계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성역할에 갇혀 있는 두 남녀가 만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할이라는 건 결국 일정한 역할범위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만일 두 사람이 모두 제한된 역할극을 하고 있다면 처음엔 상대방 장단에 맞추면서 빠르게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촌극은 진정한 나와 상대가 아닌 사회통념이 만들어낸 역할일 뿐이다. 즉 진짜 나와 상대의 만남이 아닌 사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남성과 여성의 만남일 뿐이다. 그렇기에, 가면무도회로 시작된 사랑은 많은 경우 가면을 벗는 순간 실망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되고 만다. . . <5> 만일 사랑에도 ‘잘하는’ 기준이 있다면, 필자는 사랑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애도의 시간을 갖고 끝맺음을 잘했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깊이 사랑했을수록, 실연이 주는 상실감도 크게 다가올 거라는 걸 안다. 분노, 슬픔, 후회, 미련, 원망, 걱정, 그리고 행복 등. 수많은 기억과 감정이 뒤엉켜 추억이라는 형태로 바뀌어나가는 매 순간이 고통으로 점철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실연에 따른 고통은 빨리 떨쳐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빨리 잊으려 한다 해서 잊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지난 사랑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행위가 바로 아픔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괴로워도 그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누릴 수 없는 아픔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시간일 테지만, 이 시간이 흐르고 난다면 분명 당신은 상대를 더욱 배려할 수 있는 성숙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슬픈 시절에 처해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건 그 슬픔을 아는 사람뿐이다. 사랑이 두려운 나머지 사랑해야만 느낄 수 있었을 그 수많은 감정을 놓쳤다면, 고독한 외로움이 두려운 나머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느낄 수 있었을 그 성숙한 감정을 놓쳤다면 난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해보곤 했다. 누구의 감정선도 보지 못하고 공감 해주지 못하는, 겁 많은 고독한 존재가 되진 않았을까. . . <6> 사실 중반부터는 읽는 동시에 망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랑이 위대한 이유’, ‘건강한 사랑을 하는 방법’에 대해 저자 나름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솔직히 별달리 참신한 부분 없이 그냥저냥 그럴싸한 말이라서 슥슥 훑어보는 식으로 넘겼다. 어느 순간부터는 저자 스스로 사랑논리에 심취해 논리와 근거 없이 아무말 대잔치를 늘어놓은 것처럼 느껴져 눈과 마음에 그 어떤 문장도 깊이 와 닿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