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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치백
평균 3.3
헌치백. 낮잡아 일러 ‘꼽추’라는 뜻이다. 2023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당사자 문학으로 일본 사회에 화두를 던진 이 소설은 “평범한 여자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보는 게 나의 꿈”이라 말하는 40대 여성 ‘샤카’가 주인공이다. 샤카는 선천성 근육병증을 앓는 중증 장애인으로, 중학생 때부터 목에 기관 삽관을 했고 등뼈가 S자로 휘었으며 근육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작가 이치카와 사오의 난치병과 같은 ‘근세관성 근병증’이다. 샤카는 소설 내내 장애인이 겪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돌을 던진다. 임신 중절을 욕망하는 것뿐 아니라 종이책 애호가들을 조소하고 일본 출판계의 우월주의까지 통렬히 꾸짖는다. 종이책 독서는 근육병증이 있는 중증 장애인에겐 등뼈에 부하가 걸려 상당한 건강권을 요구하는 행위라 진작 대안이 마련되었어야 했지만 비장애인들은 ‘종이 냄새’와 ‘책장을 넘기는 감촉’을 운운하며 종이책을 낭만화하기에만 바빴으며, 일본 출판계는 도서관에서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오디오북 작업이 진행될 때 저작권을 운운하다 장애인의 독서권 확립을 십수 년 늦췄다는 것이다. 소설 내내 드러나는 샤카의 위악은 이렇듯 ‘돌 던지기’의 일환으로서 계속해서 현실 속 부조리를 경유해 비장애인 독자들을 때려 맞힌다. 한국은 다를까? 2021년 국립장애인도서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장애 유형별 대체자료 제작률은 지난 4년간(2017~2020) 도서 출판량 대비 7.6%였다. 비장애인이 도서관에서 100권을 빌릴 때 장애인은 겨우 7권 선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장애인 등 독서소외인의 독서권 보장을 위한 「독서문화진흥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안이 얼마나 빠르게 우리 사회에 안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치백』을 읽은 독자라면 책을 읽는 내내 따가운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모두가 이 느낌을 오래 기억해야 할 테다. (202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