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pang2003
3 months ago

암전들
평균 3.5
‘암전들‘은 차별과 은폐 그리고 침묵에 의해 가려진 퀴어 서사를 두 남자의 대화를 통해 다시 잇는 작업을 시도하는 독특한 형태의 소설이다. 깜빡깜빡 암전 되었다 불이 켜지기를 반복하는 전등 불빛처럼 이야기는 종종 조각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진실인지 허구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폭력과 개인의 정체성을 지우려는 작업들은 뚜렷하게 감지된다. 하지만 소설은 그간에 가려진 역사를 전복하려 시도하거나 애써 추동하지 않는다. 어떤 상처는 벌어진 상태로 흘려보내기도 해야 한다는 것. 다만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삶에 목격자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진실 되게 들려주고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이 두 남자의 대화가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