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하이큐!! 재능과 센스
평균 4.5
2024년 05월 11일에 봄
카라스노에게 있어 아오바 조사이는 ’극복‘의 영역이다. 앞서 히나타와 카게야마의 최강의 무기인 속공이 막혔었고, 야마구치는 ‘싸울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처참히 도망쳤으며, 날아오르는 까마귀가 공식전에서 처음으로 패배했던 상대였으니까. 그들은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오바 죠사이를 꺾지 못 했다. 그렇다면 그들을 꺾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여전함’인가, 그게 아니라면, 패배의 감각을 부술 수 있는 ‘변화’인가. “그럼에도 변화를 바라지 않는 자에겐 진화도 없다. 네가 그걸 바란다면 코트 위의 스타이든 영웅이든 승리를 이끄는 에이스이든 욕심 내서 자신이 정상이라고 말해라.” 하이큐의 모든 팀은 ‘새’로 묘사되곤 하는데, 카라스노의 상징인 까마귀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쓰레기장까지 뒤지는 ‘본능적인 동물’이다. 히나타 역시 본능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코트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강호 고교를 압박할 정도의 속공스킬과 스테미나를 가지고있으면서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하려 한다. 초반부 아사히의 공을 빼앗으려고 한 것도 다 이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잡아먹힌다’는 걸 알고 있는 히나타의 본능인 것이다. 히나타가 강한 선수인 이유는, 괴물 같은 스태미나도, 공이 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도 아닌,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집념’이라는 것이 가장 잘 드러나있는 작품. ”저들을 단순한 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기술 한 수 배울 스승으로 볼 것인가. 약하다는 건 곧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렇게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투어택에 반응하고 이악물고 그 공을 살리기 위해 뛰어들지만 결국 살려내지 못 한다. 그 순간, 그의 지난 노력들과 아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는 천재가 아니었다. 카게야마를 ’실력이 뛰어난 천재 세터‘로 생각하고 그것에 초연하다가도 오이카와는 ’그럼에도 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곤 한다. ’천재가 아니라서‘, ’천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하이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오이카와의 캐릭터성은 어쩌면 ’작아서 공중전을 지배하려는 히나타‘보다도 더욱 먹먹하다. 오이카와에겐 천재 카게야마와 비교되는 ‘자격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대를 살아가며 천재를 마주할 때의 ‘천재가 아닌’ 보통사람들에게 가장 공감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마치, 그럼에도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캐릭터다. ”나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은 태어난 시점부터 나와는 다르며, 그걸 뒤집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고 한탄하는 것은, 모든 걸 쏟아 붓고 난 뒤에도 늦지 않아. 단, ’내 힘은 이 정도가 아니다‘라고 믿고 한결같이 똑바로 길을 나아가는 것은 ’나는 천재와는 다르니까‘라고 체념하는 것보다 훨씬 괴로운 길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의 명장면] 1. 다툼 처음 봤을 때 웬만한 경기보다 더 숨이 막혔던 장면. 나는 이 장면을 보기 전까지 ‘다툼’이라는 건 마냥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싸우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과정을 좇다 보면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제의 정답’을 찾게 되기도 한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에 대한 믿음‘이 확실했다. 여태껏 눈을 감고 속공을 했던 게 그 근거이다. 그랬기에, 더 바란 것이다. ’카게야라마라면 분명히 내가 스스로 싸울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 히나타가 토스를 해주기 전까지 놓지 않겠다는 말 속에는 그 뜻이 담겨있었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이런 공격 말고도 늘 하던 공격이나 서브, 블로킹 등 할일은 산더미처럼 많아.“ ”하지만 난 이 속공이 안 통하면 코트에 서는 이유가 없어져.“ ”이 속공에 네 의견은 필요없다고 말했잖아. 봄철 대회 1차 예선이 다음 달이야. 바로 코앞이라고. 그 때 무기가 되는 건 완성된 속공과 쓸모없는 속공 둘 중 어느 쪽일 거 같아? 내 말이 맞을 텐데 왜 고집을 피우지?“ ”난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어. 속공이 막혀 버렸잖아. 오늘도, 셰이죠 전 때도. 내가 변하지 않으면 강적들에겐 더 안 통해.” 2. 야마구치의 점프플로터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 막판, 중요한 세트포인트 상황에서 코트에 서는 것은 더욱 두렵다. 그래서 치는 도망은 충분히 허용된다. 야마구치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친 도망은 영원한 낙인이 되어 ‘마음 편안해지려는 나태함’이 아이러니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은 ‘극복’이다. 그 낙인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선 부딪쳐야 한다. 그것이 아오바 조사이라는 높은 벽일지라도. 그렇게 야마구치는 ‘스스로 코트에서의 가치를 증명‘한다. 츠키는 그렇게 이악물고 노력해서 성공을 해내는 야마구치를 보며 ’자신보다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잖아요. 지난 5개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왔으니까.” 3. 이와이즈미의 눈물 눈물을 흘리며 이악물고 있는 이와이즈미를 아무 말 없이 오이카와가 등을 힘껏 치며 격려해주는데 이 장면을 슬로우로 보여주는 장면은 하이큐 모든 연출 중에서도 압도적 1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대사 없이도 ’위로와 격려‘가 되어주는 든든함이, 셰이조가 결코 약한 팀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고 실제로 이 장면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 그는 득점, 리시브, 분위기 리딩까지, 히나타가 감탄할 만큼 모든 방면에서 뛰어났지만 울음을 참으면서 자책을 한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것도 성공 못 시키면서 뭐가 에이스야.“ 오이카와는 누구보다 이와이즈미를 믿고 의지했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여섯 명이서 강한 쪽이 강한 것이라는 걸 알려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이 경기 패배 직후 더 노력하여 히나타, 카게야마, 우시와카에게 최종 보스가 된다 “너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행복하지 않을 거다.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완벽한 만족이라는 걸 모르고 평생 배구만 쫓으며 살아갈 귀찮은 녀석이라고. 그래도 망설이지 말고 가라. 너는 나의 자랑스러운 파트너고 훌륭한 세터야. 앞으로 팀이 바뀌어도 이건 변하지 않아. 싸울 때는 있는 기를 쓰고 이겨 먹을 거다.“ ”당연히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