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8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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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인과 연

영화 ・ 2018

평균 3.7

2018년 08월 03일에 봄

요즘 들어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직접적인 감정보다, 다수의 평가가 영화의 시각을 결정하는 느낌이 든다. 왓챠에 널리 깔린 혹평을 보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관에 들어서던 나였다. 내가 재밌게 봤어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그 영화에 대한 느낌 자체가 달라지는 게 분명 있다. 나는 항상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오늘도 그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재밌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전편에서 부족한 점들을 이번엔 말끔히 보완해냈고,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강렬하게 잘 표현했다. 감동적이고, 재치 있고, 황홀스럽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리라 믿는다. 배신이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건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평소 나에게 무척이나 잘해주고, 절대 배신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내 뒤통수를 친다면, 나는 그를 마냥 원망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베풀었던 호의가 내 마음 속에서 한순간에 악한 감정으로 변해버린다면, 그것도 배신만큼이나 어이없을 테니까. 과거와 현재를 수없이 드나드는 구성이다. 이는 약간 느슨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며, 대부분 재미에 자신이 없다면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구석도 끊기지 않고 이 구성이 이어지는 건, 그만큼 스토리가 가진 재미가 무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능하다. 웹툰 원작과는 사뭇 다른, 또 다른 새로운 접근이 나로서는 매우 인상 깊었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오프닝 강림차사의 과거 모습은 어딘가 군도의 도치를 연상케 한다. 물론 지금이 훨씬 멋있으시지만... 어쨌든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혜원맥이 홀로 염라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는 멋진 액션이 오프닝부터 나온다. 모래폭풍이며, 주지훈의 멋진 비주얼까지 초반부터 황홀스럽다. 전편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신과 함께> 시리즈는 레전드로 남을 스케일을 자랑하며 극강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그 점에서는 너무 고마웠다. 2. 성주신의 등장 마동석이 마블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주변에 치킨 안 먹는 사람은 봤어도, 마동석(Dong Lee)를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신이라니, 성품마저 내 미래 딸내미 신랑감으로는 완전 딱이잖아..? 근데 이 형님 무지하게 쎄다. 한 번도 당한 적 없는 해원맥이 맥도 못 추리고 무릎까지 꿇는다. 강림차사가 왔어도 이건 못 이겼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성주신의 힘! 순간이동을 쉭쉭 하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카메라가 엄청 신선해서 좋았다. 3. 모사사우르스 신비로움이란 신비로움은 모조리 다 삼키고 싶어하는 욕심쟁이 김용화 감독 덕에 이번에 눈호강 제대로 했다. 누가 과연 한국영화에서 초고퀄리티를 자랑하는 공룡들을 볼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 호랑이도 CG로 제대로 못 그리는 한국영화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발전한 건지 놀라울 뿐이다. 특히 강림차사와 김수홍이 모사사우르스의 뱃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압권이다. 푸르스름하고도 아름다운 빛깔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4. 해원맥과 이덕춘 무려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들의 과거를 알지 못했던 해원맥과 이덕춘은 사실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보다 '남'을 위하였고, 나는 그들에게 남는 건 죽음 뿐인데 뭐 하러 그렇게까지 희생을 하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중요한 건 그들은 죽어서도 그 '희생'을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딱히 목적이 있었던 행위가 아니라, 그냥 그러고 싶었기에. 해원맥의 죄책감으로 인한 슬픔, 이덕춘의 용서가 한 자리에 모여 만드는 애틋함이 너무 슬펐다. 그랬기에 지금 이덕춘과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두 손을 올리는 해원맥의 사이가 더욱 질겨 보인다. 긴 시간 동안 이 영화가 가진 웅장함을 제대로 맛 보지 못한 것이 한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잘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악행을 저지르면 저 세계에 들어가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당분간은 악행을 저지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