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성규

댓글부대
평균 3.6
1. 회장의 인상적인 말. 기업의 ‘나쁜 짓’을 눈감아 줄지 드러낼지 결정하는 것은 경기 자체가 아니라 국민들이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경기 자체야 나쁘더라도 지금보다 나아질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낙관할 수 있다면야 기업의 횡령, 부패 정도는 어떻게 넘겨짚을 수 있다. 이 발언을 기준으로 느끼건대 최근 몇 년간 헬조선이니, 아프니까 청춘이다니, 욜로니 이런 말들에 포함된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염두하면 앞으로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갈 방법은 없겠네? 낙관하는 시대의 국민 사고는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 . 2. 총평 재밌다.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의 내막이나 사건진행을 소상히 모르는 입장에서는 기업이나 국가기관에서 나온 합포회라는 조직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진보 세력을 붕괴시킨다는 발상, 그것도 댓글과 게시글이나 영상이라는 컨텐츠를 통해 무너뜨린다는 소재 자체가 신선했지 싶다. 이전에 댓글부대라는 책을 보면 키보드를 두드리며 분노하는 우매한 사람들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소재가 생각보다 섬세하고 깨닫는 바가 꽤 있었다. . 소재도 그렇거니와 구성도 재밌게 읽은 점에 한 몫 했다. 이 글의 구성이 신문 기자의 인터뷰와 실제 사건 진행이 병렬 구조로 진행되면서 인터뷰가 내용의 주된 흐름을 전개해주고 실제 진행을 통해 상세히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두 흐름이 만나면서 몇 가지 소소한 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 장강명 작가만의 신속한 전개 방식과 섬세한 묘사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룸살롱 신들은 역겨우면서도 아 진짜 그러나? 싶은 생각을 갖고 보게 됐다. 그리고 지윤과 찻탓캇이 감정싸움을 하는 부분에 와서는 드라마마냥 두 사람의 싸움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다. . 내용에 있어서는 처음에 그리 공감되진 않았다. 뭐하러 국가기관과 대기업이 걸리면 크게 위험할 리스크를 가지고 고작 몇 가지 커뮤니티를 붕괴시키나, 리턴이 너무 적은 작업아닌가 생각되어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단순히 영화 흥행을 막던 작업이, 수십만이 가입한 폐쇄적 카페를 무너뜨리게 되고, 특정 세대의 사고방식을 건드리게 되고, 나중에는 진보진영의 자중지란의 낳는 수준으로 갔을 때는 꽤나 그럴듯 하더라. 이거 꽤 위험한 수준인데, 지금 내가 보는 자료들도 조작된 거 아닐까, 지금 욜로니 소확행이니 하는 것들도 어느 합포회같은 데서 퍼뜨린 단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용 측면에서도 글 참 잘 썼다. . 그래서 말인데 욜로나 소확행 혹은 최근 교보나 yes24 같은 서적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있었던 미움 받을 용기를 갖고 자존감 수업도 받으면서 나에게 거리도 두는 것을 강조하는 책들이, 그러니까 과장하면 사회가 나에게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기쁠 수 있다면 최대한 그러자 라고 말하는 책들이 합포회같은 조직의 조작 아래 나온 사상들 아닐까 생각해본다. 헬조선이고 한국이 싫어서 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그렇지만 내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진보적이라기보다 오늘의 하루를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소박한 보존에 가깝다. 그 보존의식은 ‘나는 강하다.’식의 강인함은 아닐지언정 ‘남을 탓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고와는 유사한 흐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