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8 years ago

3.0


content

국가대표

영화 ・ 2009

평균 3.7

2018년 03월 25일에 봄

스키점프대에 오른 선수들은 이제 고독하다. 그 순간 들리는 건 오직 자신이 거칠게 내쉬고 있는 숨소리 뿐.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눈밭을 향해 힘껏 뛰는 순간 슬로우 모션처럼 생성되는 찰나의 정적과 이내 들리는 관중들의 열띤 함성. 그제서야 왜 이 자리에 떠 있는지 깨닫는다. 각자 이뤄내야 할 소중한 목표가 있었기에. 1. Butterfly 아직 날개는 제 모습을 못 찾고 꼭꼭 숨어 있다. 날고는 싶은데 아직은 성장이 덜 된 번데기니까,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노래의 멜로디가 계속해서 귓바퀴를 파고 드는 것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 노래를 끊임없이 흥얼거리는 것도 어느샌가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세지를 뼈저리게 공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처음부터 찬란한 날개를 뽐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도 없다. 느릿느릿 기어갈 뿐일지라도 번데기는 자라고 자라, 결국엔 아름다운 날갯짓을 하는 한 마리의 '곤충'이 된다. 그러니 벌써부터 고개 숙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모두들 아직은 '번데기'에 불과하니까. 2. 이 때만 해도 신파가 나름 잘 먹혔다 딱히 신파적인 요소를 혐오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관객들의 시선을 무시하는 감독의 행위인만큼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 건 맞다. 그렇다고 신파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애시당초 사람의 슬픈 감정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 하에 설치된 장치인데 그렇게 욕까지 하면서 경멸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국가대표>에서는 하정우의 신들린 연기가 그런 신파적인 부분이 드러나는 데 있어서 컨실러 역할을 했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권투 '최흥철'이라는 깝죽거리는 캐릭터가 싫진 않았다. 그러나 하정우가 연기해낸 '차헌태'라는 캐릭터는 한국 문화를 잘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 그가 가진 본래의 이미지 덕분인지 최흥철보다는 차헌태에게 더 정이 갔다. 그래서인지 흥철이 깝죽거릴 때마다 헌태가 언젠간 시원하게 주먹 몇 방 날려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내심 하며 영화를 쭉 지켜봤다. 결국,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흥철은 시원하게 쥐어터진다. 곧 헌태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더욱 인상 깊은 장면. 2. 난장판 "어후.. 지금 보니까 이 새끼는 한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니고... 너 뭐야? 투명인간이야? 쪽은 쪽대로 다 까고... 너 왜 왔니? 한국에?" 약물에 조금 미쳤던 날라리였을 뿐이지 우정만큼은 돈독하게 쌓은 사람이라고 흥철이는. 브루스와 함께 헌태를 갈구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같은 팀이랍시고 주먹질을 먼저 퍼붓는 건 다름 아닌 흥철이었다. 많이 덜컹거리긴 해도 같은 열차를 탔으니까. 이렇게 탄 이상 끝까지 함께 가야 할 수밖엔 없으니까. 퍽퍽 이빨이나 부러져라 브루스~! 그러게 누가 헌태 형님한테 감히 시비를. 3. 겨울비 겨울에 비가 다 내린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투덕투덕 떨어지는 빗줄기를 맞다보면 은근히 따뜻하다. 그렇게 어딘가 구슬프게 내리는 빗소리를 모두가 듣고 있고, 다들 각자 평소에 늘 하던 일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목표를 향한 의지가 잠깐 연약해졌을 때, 그들은 비를 맞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끝나기엔 너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는데, 그들은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있다. 처음엔 보잘 것 없는 번데기일지 모르지만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찬란한 날개를 펼치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