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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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 ・ 2023

평균 3.7

2023년 12월 25일에 봄

‘만나러 가기 위함’이 곧 ‘만나기 위함’이 되기까지. 적극적인 구애와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매순간 서로를 떠올릴 수 있다. 연락이 오지 않아도, 길을 가다 만나지 않아도, 오해가 생겨도, 기억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만두기엔 좋아한다는 말도 듣지 못 했으니까. "생각은 시간낭비예요." 남자는 '할 게 없어' 그녀를 기다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곳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그 '일말의 가능성'에 자신의 휴식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그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다. 힘든 일을 마치고 나면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확실치 않은 기다림'에 쏟아붓는다. 그 정도로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어쩌면,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담배를 태우며 희망을 품고 있는 그 순간이 싫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신의 볼에 맞춘 입술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했을 것이기에. "당신을 기다렸어요 꿈에서 우리가 혼인신고까지 했어요." "아직 덜 깨어났네요." 이 영화는 뜨겁게 사랑하는 장면도, 사랑에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지만,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전기세 낼 돈도 벅찬 여자는 남자에게 대접하기 위해 접시, 스파클링 와인과 그것을 담을 와인잔까지 산다. 남자는 알코올 중독자지만 술꾼을 싫어한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끊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지만, 그들은 진작에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또, 여자는 '있다가 없어져 찾아오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하고 반려동물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 아마 몇 번이고 서로를 안으며 잠에 드는 상상을 했을 그녀이기에. [이 영화의 명장면] 1. 극장 앞 둘이 영화를 봤을 때, 남자는 여자를 흘깃 쳐다보지만 여자는 영화에 몰입해 있다. 극장에서 나와 둘이 나누는 대화에서만 봐도 여자가 영화를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와 서로에게 관심이 얼마나 가득 차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결국 남자는 그녀가 이 극장 앞에 다시 나타날 줄 알았고, 그녀 역시 그곳에서 그 남자가 자신을 기다릴 줄 알았다. '확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극장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남자를 보며 여자의 사랑은 먼저 확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싫증이 났을 것이라는 의심'을 줄곧 해왔던 게 여자 입장이었으니까. "주소 알려주세요." "또 잃어버릴 건데 뭐 하러요?" 2. 식사 간이 간지러울 정도로 부족한 술잔과, 맛은 있지만 배는 차지 않는 음식, 영양가 없는 대화. 모든 것이 미흡하고 어색했지만 난 이 장면이 너무나도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서로가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느낌. 아무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은 그런 사랑이었다. 금세 토라지다가도, 다시 함께 있으려고 다가가고 싶어지는 사랑. 뭐 하나 풍족한 것 없지만 그렇다고 남부러울 것도 없었던 진심과의 만남. "잔이 참 작네요." "그걸 식전주라고 해요." 사랑스러운 영화는 사랑으로 가득찬 꽃밭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텅 비어있더라도 싱그럽게 피어난 꽃 한 송이여도 된다 그게 자신한테 소중하기만 하면 된다 "개 이름 지어줬어요?" "네. 채플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