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사실 다른 사람들을, 모두들 굉장히 알기 쉽다고 생각한다. 듣고 싶은 말이 너무 잘 보인다. 어떤 적재적소의 말이 지금 이 순간 위로가 될지 같은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알게 된다. 마음의 뒤치닥거리라는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당신은 특별하고, 당신이 힘든 이 순간은 힘들만하고,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이상한게 아니다”라는 말들... 다 결국 그거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그 말을 건넬 상대와 상황을 고를까. 그 격 없는 친절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관계와 소통은 어떤 때는 가치 있고 가치 없을까. 역시 아무래도 입을 여는 순간에 대해 저울이 점차 정확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해야할 말들”이 얼마나 무겁고 중요한지 알아가기 때문에 아무때나 아무에게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게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런 귀중한 마음을 건넬 수 없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겐 진심이 아니고서야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말들은 침묵일때 입 안에서도 따가워지고 귀에서도 따끔해지고, 텅 빈 “다 알아, 괜찮아”일 때 너무 속상하고 사무치게 슬퍼진다. 소통에 관한 단편들. 이어지지 않고 전해지지 않은 한마디들, 혹은 한쪽에서만 비춰진 마음의 풍경들, 잇고자 발버둥 치는 반대편의 끄트머리, 뭉개져서 발휘할 수 없고 미숙한 꽉 막힌 입들. 이 단편집에서 백수린 작가는 고장난 소통들과 슬픈 독백의 집합을 전달한다. 근본적으로 “들으려 하는 마음에 들렸으나, 전하려 하는 마음은 전하지 못한 그 순간들”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생애만큼 무거운 그 중량을 대화하는 모두들이 감당하면서 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