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형우

각각의 계절
평균 3.6
2023년 07월 16일에 봄
그때도 지금도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인생들의 당연하지만 잔인한 이야기. 산소처럼 누리던 특권과 일산화탄소처럼 깔려있는 차별, 힘 들였지만 남은 게 없는 노력과 놓쳤던 모든 것들이 다가온다. (2023.07.17.) 사슴벌레식 문답 4.5/5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든 들어와." "어디로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나갈 수가 없어. 어디로든......"(42쪽) 한 가지에 났다 해도 가는 곳 모르는 50년 흘러간 인생들에 관하여, 눈 뗄 수 없이 통렬하게. 실버들 천만사 4/5 사랑해서 얻은 건 자신과 어떻게든 닮은 딸이라는 것, 그 딸도 그 과정을 반복할 거라는 것. 당연하지만 잔인한 그것. "사랑해서 얻는 게 악몽이라면, 차라리 악몽을 꾸자고 반희는 생각했다. 내 딸이 꾸는 악몽을 같이 꾸자. 우리 모녀 사이에 수천수만 가닥의 실이 이어져 있다면 그걸 밧줄로 꼬아 서로를 더 단단히 붙들어 매자. 함께 말라 비틀어지고 질겨지고 섬뜩해지자. 뇌를 젤리화하고 마음에 전족을 하고 기형의 꿈을 꾸자."(79쪽) 하늘 높이 아름답게 4/5 가장 고귀한 사람의 모습은 현실에서 가장 누추한 자의 모습이라 했던가. 사실 그렇게 누추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라며 고난의 굴곡을 각각 견뎌온 사람의 품위. 무구 3.5/5 가장 티없이 사는 사람이 티없는 그때를 더 선명히 기억하며 열렬히 그리워한다. 깜빡이 3.5/5 자기 마음대로 해야 직성 풀리는 엄마, 길도 몰라 약속도 못 오는 정신 없는 이모. 역시 길 잃은 혜영과 가기 싫다며 툴툴대는 혜진. 자매들의 운명은 세대를 넘어 반복되는가.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3.5/5 돈 많이 생겨 떵떵거릴 수 있어졌어도 어릴 적 받았던 성차별의 콤플렉스는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공기처럼 특권을 누리고 살았던 맏아들은 박사 논문을 써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왜곡된 가족의 히스테리에 제대로 역풍을 맞는다. 물론 자신은 특권인 줄 몰랐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기억의 왈츠 4.5/5 그땐 나도 나름 힘들어서 너를 꼼꼼히 들여다봐줄 여유조차 없었다고, 이제야 혼자서 마음으로 보내보는 편지 "우주의 왈츠를 추는 날. 내 생애 한 번밖에 없었을 그날에 나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나. 어머니 앞에 엎드려 울며 다시 착한 딸이 되겠다고 빌고 있었나, 끝장을 보자고 대들다 오빠에게 머리를 펀칭볼처럼 두드려 맞고 쓰러져 있었나. 세상은 그날 왜 나를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원하지 않는 짓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나."(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