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크루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평균 4.2
이번 작품은 마치 소니가 MCU에게 날리는 일침과도 같다. 우선 멀티버스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무색할 정도로 기본 서사가 정말 깔끔하고 확실하다. 그 어떤 플롯 홀이나 의문점 하나 들지 않았고, 그 방식마저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는 느낌보다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느낌. 무턱대고 스케일을 확장 시키는 과정에서 복잡한 플롯에 캐릭터 개개인의 서사가 묻히며 극의 긴장감과 텐션을 잃어가는 요즘 MCU와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스케일이 작은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스파이더맨 작품들이 작아 보일 정도로 모든 작품들을 아우르는 상당히 큰 플롯 구조를 갖고 있다. 스코프를 줌 아웃해서 훨씬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는듯한 확장된 시야에도 불구, 아이러니하게도 메인 캐릭터들의 서사는 훨씬 더 탄탄해지고 감정선은 극대화되었다. 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완벽히 잡은 작품을 떠올리자면 그나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MCU가 13편의 영화로 한 일을 단 두 편의 영화로 일궈냈다는 점이다. 그만큼 선택과 집중이 정말 뛰어난 작품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주얼은 전작을 훨씬 뛰어 넘는다. 지구-1610에서만 극이 이루어져 한 가지 스타일의 작화가 주를 이룬 1편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멀티버스를 넘나들 때마다 작화의 톤이 크게 확확 바뀐다. 각 차원에 속한 캐릭터들의 톤과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데, 개성 강한 여러 스타일이 한 데 섞이면서 정말 멋드러진 포토 콜라주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느 장면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더라도 한 컷 한 컷 전부 프린트해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미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스터에그 역시 과하지 않지만 적당히 풍성한데, 중요한 점은 순전히 팬서비스를 위한 억지 떡밥들이 아니라 작품의 플롯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호평일색의 초기 관람평이 이해가 가는,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역대급 속편이다. 최고의 코믹북 영화라던지 최고의 히어로 영화라는 등의 극단적인 호평에는 갸우뚱 할 순 있어도 최고의 스파이더맨 영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거라 믿는다.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듀오는 스티븐 맥필리와 크리스토퍼 마커스 듀오에 버금가는 최고의 스토리 텔러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고, 마블 스튜디오는 이 천재들을 하루 빨리 기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엄청난 클리프행어인데, 당장 3편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여운이 많이 남는 엔딩이다. 당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파트 1과 파트 2로 계획되었다가 부제가 비욘드 더 유니버스(Beyond the Spider-Verse)로 바뀌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3편은 2편의 엔딩에서 바로 픽업해서 빠르게 극이 전개될 듯 하다. 간만에 정상가동하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스타트를 힘차게 끊어줘서 아주 행복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