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영화가 꼭 들라크루아의 자유의 여신 같단 생각을 했다. 앞섬을 풀어헤치고 젖가슴을 내놓은 채 프랑스 국기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체를 넘어서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가슴을 덜렁거려야만 하는 샘 파킨파의 페티쉬는 익스큐즈 하더라도 여인의 옆에 선 개구진 아이는 이 영화와 너무나 닮았다고. 프랑스 국기의 푸른색을 녹색으로 바꾸면 그대로 멕히코가 되니깐 서부 영화의 미술은 우리가 스티로폼으로 만든 무대장치를 볼까 봐 마음 졸이지 않게 하는 안락함을 가지고 있다. 실제와 가까우면서도 지극히 회화적인 배경과 빈티지한 색감을 지닌 샘파킨파는 폭력의 순간을 최대한 늘어트리면서 천천히 더욱 더 천천히 영화를 느리게 멈춰 세운다. 그리고 그의 붓 끝에선 피격되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붉은 물감이 칠해진다. 샘 파킨파의 화풍은 가장 역동적인 것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의 정물화로 그리는 데에 있다. 이 그림들이 순서대로 점멸하며 늘어트려진 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비바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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