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명상록》 1독 완료/2020.06.19./별점 ⭐⭐⭐⭐ ⠀ (독서 전)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가 쓴 명상록. 약 1900년이 지난 현재에도 무수히 많은 책들이 그의 글들을 인용하고 있으며, 세계인들이 이 고전을 읽으며 삶을 배우고 있다.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다들 느끼고 배우는 것을 나는 얻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어쨌든 책은 딱 읽는 사람만큼 읽히는 거니까. 이번에 많이 못 얻으면 내년에 다시 읽으면 되니까. 읽기 전부터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 (독서 중) ✒ 그는 계속해서 죽음'과 '변화'를 상기한다. 모든 사람은 죽고, 모든 것은 변한다. 이 진리를 마음속에 품고 계속해서 이 진리를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우주적인 관점에서 자신과 세상을 내려다본다. ⠀ ✒ 그는 황제였다. 그것도 로마의 황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그였지만, 자신을 이토록 깊이 성찰하다니,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 ✒ 그의 운명론적, 결정론적 세계관은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다. 난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2000년대 인물이었어도 같은 세계관을 견지했을까? ⠀ (독서 후) ✒ 사람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수단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가장 좋은 것은 '읽고 생각하고 글쓰기'의 반복인 것 같다. ⠀ ✒ 읽는 내내 마음에 꽂히는 키워드는 바로 '죽음'이다. 어둠이 별을 더 빛나게 하듯이 죽음은 '살아있음'을 더 실감나게 해준다. 죽음을 생각할 때 내가 지금 여기 이순간 살아있다는 것이 더 실감이 난다는 말이다. 살아있음에 더 가치를 느끼게 한다. ⠀ ✒ 인생은 정말로 무상하다. '왜 사는가?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긴 시간동안 수많은 철학적 고민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건 없다'이다. 나는 다만 존재할 뿐이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고 물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겨난다. ⠀ ✒ '성공'을 위해, '물질'을 위해, '권력'을 위해 사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뼈저리게 해본다. 너무나 무상하고 허무해서 실소가 나온다. 성공이 아닌 '성장', 결과가 아닌 '과정'을 추구하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뭘 위해서 열심히 사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인 '독서, 기록, 기여, 배움, 작은 성취들'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가능한 한 가득 채우며 살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열심히'와 '제대로'는 내게 주어진 '인생'에 대한 나의 예의다. ⠀ ✒ 인생은 죽을 때까지 과정의 연속이다. 결과는 일시적이며 복잡계의 영역이다. 결과는 수많은 요소 및 변수들이 존재하는 예측 불가한 영역이다. 한마디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인생이 아주 단순해지고 행복해졌다. 과정에만 몰입하며 살면 되는 거잖아. ⠀ ✒ 운명론적, 결정론적 세계관은 계속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확률론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확률로서 프로그래밍했다고 생각한다. 20억 인구가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으며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갈 때 반대편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비만임을 괴로워하며 다이어트를 다짐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인생은 복잡계다. 내가 경험하고 이해하는 세상은 선형과 비선형이 혼재돼있으며, 운이라는 요소가 판치는 예측 불가능한 곳이다. 필연이냐 우연이냐의 개념이 아니다. 확률은 그 자체로 확률이다. 확률은 확률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세상에 있는 어떠한 종교관도 내가 아는 세상을 확률론적 세계관만큼 설명해내지 못한다. 결국 나를 납득시키는 것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관'이었다. ⠀ ✒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위대한 인물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처럼 금욕적으로 생각하며 살 자신이 없다. 법과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하며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다. ⠀ 🔖P94 철학을 찾으라. 그렇게 하면 너는 이성에 순종하는 것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도리어 안식과 위안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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