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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능

손효능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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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파이널 에디션

책 ・ 2022

평균 3.5

<1> 강요하지 않고 충고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아도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선한 마음.     <2> 넛지(nudge): 선택지를 바꾸거나 줄이거나 특정한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한층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혹은 그런 행동, 정치, 정책.   굳이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넛지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행동을 유도하는 지점을 만드는 건데, 작게는 매대의 물건 진열 위치부터 크게는 국가 정책 기본값을 어떻게 설정할 건지 등으로 사람들의 선택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를 선택 설계자라 칭했는데, 사실 우리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이 선택 설계자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이 되었든 고객이 되었든 이용자가 되었든 사람들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런 선택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인 것이다. 정말이지 대단하고 놀라운 일 아닌가?     <3> 넛지 이론이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받고 활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평화적인 방법이라서 아닐까. 아무리 명곡이라도 강요받으면 잡음이듯, 선택 설계자로서 옳다고 믿는 바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건 자칫 개인의 자유를 훼손해 반발 또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어떻게 넛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행동경제학 및 심리학 관점에서 인간의 자극과 반응 원리를 이해시키려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는 존재인지 이해해야 비로소 그들 관점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어서다. <4>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인간이 얼마나 편향에 쉽게 휘둘리고 오류에 빠지는 존재인지 알려주는 건 덤이고, 내가 분명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다른 이가 만든 판 위에서 놀아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들려준 이론적/경험적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인간의 이해, 나아가 건강하지 않은 나쁜 넛지에 당당히 저항할수 있는 판단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었다.     <5> 인사담당자로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왜냐면 인사팀 또한 일종의 설계 담당자로서 회사 구성원의 업무 몰입을 높이고 성과를 만드는 데 책임이 있어서다. 채용, 평가, 보상, 배치, 복리후생, 그밖에 각종 인사 업무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제나 구성원의 동기부여 향상과 성과 창출에 있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하면 안 되는 걸 규정해서 어길 시 패널티를 주거나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인센티브(금전적/비금전적)를 주는 구조로 구성원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동기부여 관점에서 이러한 외적 동기부여는 행동 유도에는 효과적일지언정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하게끔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만족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어릴 적 부모님이 시험 1등하면 게임기 사준다고 해서, 공부가 재밌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반면,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즉, 본인의 성과가 단순히 보상을 위함이 아닌 ‘내가 온전히 만들어낸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넛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언제든 선택할 수 있고, 그 일을 외부 방해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기업의 조직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직접적이지 않은 형태로 개개인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6>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사람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 설계자다. 우리의 설계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경험 또는 변화를 안겨줄 수도 있고, 해를 끼치면서까지 우리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경각심과 책임감을 심으려는 의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정말 사람들의 선택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길 희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7> 사례를 살펴보면 사소한 개입으로 사람의 행동을 크게 바꾸는 걸 여러차례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그 부드러운 개입을 위해선 사용자 또는 행위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진짜 전문가는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청중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처럼, 넛지 역시 넓고 깊은 고민이 있어야 다다를 수 있는 일종의 경지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