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일

아 프리오리
평균 4.3
영화는 1970년대 필리핀 대격변 시대 때의 서민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필리핀 정부의 억압과 작은 마을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나라의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의 대부분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원시적인 방법들과 신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의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병원 등의 문명 혜택을 누리지 못해 동생이 매우 아픔에도 불구하고 이 병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종교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염세적인 시선으로 정부의 무관심함의 역효과를 각인시킨다. 국민들의 고통은 국가가 같이 짊어져야 할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고통을 결국 개개인이 짊어져야 할 모순적인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단지 정부의 관심과 지원뿐이었지만, 정부는 그런 이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불만을 가진 집단들은 모두 적으로 인식하고 범죄자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정부의 무력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일개 서민들일 뿐인 것이 현실이기에, 결국 삶에 절망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삶을 포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서민들의 삶은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고, 그런 잘못된 역사의 챗바퀴는 반복된다. 영화는 서민들의 삶과 자연을 줄곧 아주 느리고 긴 호흡으로 바라본다. 그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이뤄주는 자연에 필리핀의 역사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에 한 줌의 희망을 불어넣기보다는, 필리핀 사회를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경각심을 가지라는 감독의 결의에 찬 태도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