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준희
5 years ago

민우씨 오는 날
평균 3.5
으레 하던 약속은 우리의 걱정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었어요. 걱정, 위로, 사랑 따위로 차려낸 주인 잃은 저녁상은 우리 사이에 쌓여버린 시간만큼 많아졌습니다. 낭랑했던 목소리가 쉬고 윤이 났던 머리도 세고 민우 씨 기다리던 밤도 수없이 샜지만 우리 사이에 선 문지기들은 왜 갈 수 없냐는 물음에 눈물만 짓습니다. 어디에서도 함께 있지 못하고 평양과 서울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우리를, 당신을, 그리고 나를 얼마나 더 기억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추신: 누군가는 우리가 이렇게 계속 아파하길 바란다는 게 많이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