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3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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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영화 ・ 2022

평균 3.6

2023년 04월 12일에 봄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모든 장면들은 절정 부분만을 위해 달리는데 극적이어야 하는 부분에서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여기에서 터질 것이다' 대놓고 광고해주는 어설픈 연출과 극적이려고 온힘을 쏟아부은 음향마저 너무 의존해버린 탓에 흐름이 전체적으로 나태하다. 숨겨진 극적 장치마다 '혹시 이런 장면이 나오진 않겠지' 싶은 시점에서 바로 '그런 장면'들이 난무하여 상영 내내 몰입이 불편했다.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작화'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뚝뚝 끊기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들의 스타일. 그리고 쓸 데 없는 괴기스러운 표현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옆 상영관에선 존윅이 총알을 퍼부어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는데, 중간에 뛰쳐나가서 그것을 보고 싶을 정도였다. 이 영화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소원의 열쇠'는 단 한 명밖에 사용하지 못 하고, 그 열쇠를 사용하게 되면 여기에 있는 모두와의 행복들을 '추억'할 수 없다. 코코로를 비롯한 아이들 전부는 자신을 힘들게 했던 현실을 뒤로 하고 이 곳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치유를 해주었다. 싫어하던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대신 좋아하는 것도 같이 포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영화를 보다 보니 답은 간단했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고통스러운 순간은 무조건 찾아오기에, 그 순간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만 있다면 상관없다. 세상에는 수도 없이 '우리가 학교를 가지 못 하는 이유'가 있고, 현실에서 저런 판타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거울 속 외딴 성'이 존재한다. 이제 그것을 찾으면 된다. "서로 돕는 건 아름다운 일이야. 마음껏 해도 돼." [이 영화의 명장면 📽️] 1. 코코로의 눈물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는 데엔 용기가 필요하다. 코코로에겐 그럴 용기가 없었다. 홀로 안고 가야 하는 외로움의 무게며 외로운 상태로 앞으로를 계속 지내야 하는 두려움이며 그녀를 괴롭히고 있을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테다. 그러던 코코로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따뜻한 딸기차를 한 모금 마신다.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눈물을 흘린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느껴져서 슬펐고 그런 그녀에게 마치 수고했다며 안아주는 것만 같은 친구들의 위로도 감동적이었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2. 깨져버린 거울들 내내 평화로웠던 이 영화의 분위기가 공포스럽게 변하기 시작한다. 코코로가 지내고 있는 현실의 톱니바퀴가 조금씩 맞물려갈 즈음 거울이 깨져버리고, 늘 잘 지켜왔던 규칙을 어기게 된다. 이 때 모두를 구하기 위해 코코로가 소원의 열쇠를 찾는 과정이 너무나도 단조롭고 미흡하여 아쉬웠지만 이후 열쇠를 찾고 나서부터의 분위기만큼은 참 마음에 들었다. 불 꺼진 암흑 속 황금빛 계단을 올라가는 시퀀스와 시계 태엽 소리가 들리는 신비로운 공간이 주는 이 영화만의 향기가 좋았다. 무너져 가던 자신 뒤돌아 볼 수 있게 되고 뒤돌아 봐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뒤돌아 봐줄 수 있게 해준 나만의 외딴 성 초라할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만을 받아줄 수 있는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