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부리
3.5

잘못된 길
책 ・ 2020
평균 3.4
우리의 현재가 저들의 과거였음을 깨닫게 하는 책. 주로 성별 본질주의에 근거해 남녀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00년대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사실, 저자가 비판하는 지점들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동일한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뭉뚱그려 통계 오염시키기 / 이 통계에 근거해 일종의 '대안 현실'을 창조하고 섀도 복싱하기 / 성별 본질주의에 입각해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남성에게는 '악한 강자'의 꼬리표를, 여성에게는 '선한 약자'의 꼬리표를 붙여 전자만 일방적으로 후두려패기 / 그럼으로써 이 이분법의 틀을 자력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옥죄며 이들이 반발하면 남성 지배질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명예 남성'이라고 몰아가기 / 사회를 분석함에 있어 때로는 성별보다 유의미한 잣대( ex)계급)가 있음에도 성별 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올려치기 등등..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이 20년 전에 나온 이 자그만한 책자만 제대로 복기했어도 만물여혐설과 성별 갈등이 초래하는 막대하고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은 대폭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작금의 소위 넷페미, 영페미들이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별 본질주의-"여성은 남성과 다르다(고로 동등한 의무를 수행하기 어렵다)"-와 성별 보편주의("걸스 캔 두 애니띵")를 체리피킹식으로 그때그때 달리 적용하는 걸 목도하고 있자면 그런 기대도 그저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걸 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