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모든 캐릭터가 철철 넘쳐흐르는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받치고 있는 배경 또한 완벽하게 만들어놓아 절대 과잉이 되지 않게끔 합니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앙증맞은 센스를 가득 실어놓았는데도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무거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실력이라니요.   '주토피아'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포유류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인간이나 인간을 연상케 하는 유인원들은 은근슬쩍 배제되어있습니다. 아예 그 세계관에는 인간이나 유인원이 존재조차 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동물들이 전부 완벽하게 의인화되어있죠. 모든 동물들은 이족보행을 하고 스마트폰을 쓰고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합니다. 동물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잡아내 캐릭터화시켰지만 그들은 결정적으로 인간인 상태인 것입니다. 인간의 행동을 하고, 인간의 문명을 사용하며, 인간의 생각을 하죠.   이 간단한 장치가 가져온 효과는 정말로 파격적입니다. 영화가 결국 얘기하고 있는 것은 인간 사회의 갈등이거든요. 인간의 문제를 인간이 얘기하면 교조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같은 이야기를 동물이 이야기하니 훌륭한 우화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주토피아>는 (이 때의 '주토피아'는 영화 '주토피아'이기도 하고 도시 '주토피아'이기도 합니다.) 종차별로 가득합니다. 이 동물들간의 종의 다양성은 인종의 다양성보다 훨씬 큰 편차를 가지고 있죠. 크기도, 라이프스타일도 천차만별이기에 논리적으로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종간에는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인종들이 같이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에 말이죠. 물론 주토피아 사회의 방향은 '공존'으로 가고 있지만 이 엄청난 다양성 (수백 종의 포유류가 존재하는데, 크기차이는 심하면 수백배이니) 은 공존에 걸림돌이 됩니다. 그렇다보니 공공연하고 당연하게 종차별은 행해지고 있죠. (스포일러) 이 '종차별'이라는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어찌보면 전형적입니다. 주인공인 약자가 승리를 쟁취하는 아주 전형적인 영웅 일대기 구조이죠. 그렇지만 <주토피아>는 그 갈등은 약자와 강자의 대립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주로 핍박받는것은 물론 초식동물이지만 극이 초식동물 vs 육식동물의 구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역설적이지만 대립 vs 공존의 대립구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주제가 약자의 '연대'가 아닌 약자와 강자의 '공존'이라는 것은 정말 훌륭합니다.   갈등은 또다른 갈등을 낳을 뿐, 갈등의 원인을 제거한다. 이 확고함은 대표적으로 핍박받던 캐릭터였던 '벨 웨더'가 악당이 되어 단죄받는 순간 더욱 단단해집니다. '약자'라고 해서 '악'을 행할 권리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이는 차별과 역차별이 횡행하는 인간 사회에 거대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장면입니다. 또 공존을 위해 갈등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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