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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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영화 ・ 2023

평균 3.1

2023년 05월 17일에 봄

“차로 종횡무진하며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어.” 이것은, ‘차로 종횡무진하는 것‘을 보러 온 관객들을 향한 기막힌 농담이었다. 이미 널리 보급된 카체이싱 액션에 있어서, 대놓고 ‘이겨볼 테면 이겨봐’식의 압도적인 자동차 액션은 아직 <분노의 질주>의 종횡무진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내 살다 살다 이렇게 자부심 넘치는 액션은 처음 본다. ”어제도 맛이 더러웠고, 그 전날도 마찬가지였어. 또 알려주지 맛은 바뀌지 않았어.” “그럼 그걸로 줘.” -<분노의 질주> 중에서- 맛이 더러웠던 참치 샌드위치를 늘 찾았던 오코니처럼, 이 영화의 맛은 자동차 매연-호흡 곤란, 극한의 속도감-어지럼증을 수반하는 걸 알면서도 강하게 관객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거 하나만 명심해. 이 순간도 영원만큼 소중하다는 거야.” <존 윅> 시리즈가 총에 진심이라면, <분노의 질주>는 단연 자동차에 모든 걸 걸고 있다. 정말 지독하게 멈추지 않고 질주해댄다. 지독한 매연이 극장 안을 뒤덮는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들다가도, 자동차끼리 부딪치며 굉음 섞인 폭발을 해댈 때는 영화로 국한되지 않는 강렬한 체험이었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이것보다 제격일 수 없다. “늘 가족을 위해 생각하면 길을 잃지 않을 거야.” 이 영화는 ‘가정의 달 명예의 영화‘ 자리를 노리기라도 하는 듯 지나치게 ’가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도미닉은 가족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행여 우리들이 놓치고 있을까 봐 쓸데없는 배려심을 발휘해 그것을 굳이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억지로 주입시킨다. 위기에 빠진 아들을 몇 번이나 구해주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그림은 이제 식상하다. 영화 러닝타임이 긴 만큼 외려 영양가 가득한 장면으로 가득해야 하는데 싶은 아쉬움.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은 영화가 끝나서 상영관 안의 공기가 ‘가족끼리 안은 것만 같은 따스함’을 담아냈다면, 이 영화는 그에 비하면 한없이 그저 그런 가족 영화였다. 적어도 ’가족 영화’로서는 그랬다는 것이다. ‘액션’면에 있어서는 그, 저, 말이 필요없었다. ”검투사는 가정을 꾸리지 않았어. 매일을 마지막 날로 생각하며 살았거든. 너의 외로운 길에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 [이 영화의 명장면 📽️] 1. 바티칸 폭발 직전 저 이상하리만큼 끝까지 굴러가는 폭탄이 제발 멈춰주기를 바랐다. ‘이쯤 되면 멈출 만도 한데’ 싶은 시점에서 과감하게 몇 술이나 더 떠버린다. 이 진득하고 한 번 물면 놔주지 않는 흐름은 <존 윅>과 동일했다. 충분히 그만해도 되는데, 몰입하고 있는 관객들을 말 그대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지긋지긋하게 피곤한 장면. 나 또한 덩달아 풀악셀을 밟고 싶어진다.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란 없었다. ”난 네 고통을 통해 내 운명을 완성할 거야. 너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 2. 두 여자 등장인물이 많아 캐릭터들의 매력이 골고루 잘 섞이지 못 하는 건 당연하지만, 여기 두 여자만큼은 각자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서로 합심하여 탈출해도 모자란 판국에 주먹부터 날리고 보는 야수 같은 본성. 이것은 상대에 대한 ’분노, 혐오‘ 단조로운 감정이 아니라, ’감히, 승패’와 관련된 순수 결투였다. 발길질 한 방 한 방이 살벌하고 누구 하나 픽 쓰러지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누구 하나 ‘가족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간만에 정말 ‘승패‘에만 연연하는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던 장면. 3. 역대급 카체이싱 “너의 약점이 뭔지 알아? 가족. 모두를 구할 순 없어.” 폭발은 쉬지 않고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악보에도 쉼표 표시가 되어 있는데 빈 디젤이 운전대를 잡고 나서부터는 불친절하게 아무 표시도 해주지 않는다. 숨은 언제 쉬어야 하는지 몰입의 끈은 언제 잠시 풀어야 하는지. 마치 ’운전은 내가 할 테니 얌전히 뒷좌석에 지켜보기나 해라‘ 같은 강압적인 연출. 정말 강력한 힘이다. 모든 감각에게 ’휴식‘이란 사치가 되는 마법 같은 장면. 이 장면 하나만으로 이런 훌륭한 액션을 나의 오감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 다들 마찬가지였을 테다. “넌 실수를 하나 했어. 내 차를 뺏지 않은 것.“ 탈출구란 보이지 않는 시점에 영화는 끝나버린다 그제서야 숨을 깊게 쉬어본다 영화를 넘어서 스릴있는 하나의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극강의 체험이었다 ”이래도 내 작전이 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