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kiwime

kiwime

5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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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 Historie

책 ・ 2004

평균 4.3

만화의 시작은 주인공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뱀을 이용해 해협을 건너려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배에 태워주지만 정작 육지에서 그의 마차를 얻어타지는 못한다. 이 짧은 행적은 이후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조짐이다. 그는 새로운 곳에서 발탁되어 업적을 쌓지만, 끝내 외지인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은 늘 문턱을 넘는 것이다. 어릴 적 마주친 스키타이인 노예는 칼로 문을 열려하지만 실패한다. 조금 자라 만난 왕은 권력으로 문을 열게 한다. 귀족 자제로 자란 주인공은 전자의 신세는 면하지만 후자는 결코 되지 못한다. 트로이의 왕자도, 포세이돈의 아들도 아닌 주인공은 오디세우스처럼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문을 통과한다. (사실 횟수를 세어보면 2번이나 목마가 된다. 작가는 강조를 강하게 하다가도 어떤 것은 아주 넌지시 의뭉스럽게 한다.) 천거된 후에, 주인공은 주인의 말(Horse)로 일한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이 말(Piece)라는 걸 안다. ("다그닥 다그닥"...그가 첫번째로 바친 장난감은 마부와 말이었다) 그는 장기판을 장난감이라며 진상하는 위협적인 가신이다. 그럼에도 왕은 문관인 그에게 승마를 훈련케 한다. 그는 위협적이더라도 결국에 외지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가 귀족 사회로 편입할 길은 의도적으로 막힌다. 지금의 왕은 가신들의 균형을 잘 잡으며, 수직적인 관계위에 꼭짓점으로 군림하는 군주다. 하지만 왕자는 다르다. 부케팔로스와 특별한 유대를 맺고, 같이 학문하는 가신을 진심으로 위하는 그는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섞인 영토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뱀이면서 말이고 또 한편으로 사자인 대왕의 전성기는 아직 묘사되기 전이다. 저에게도 장난감을 만들어 바치라는 명을 거절하는 주인공와 그것을 납득하는 왕자의 관계가 이후의 쾌거와 위기에서 어떻게 변하고 성장할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