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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쇼트로 본 바다는 조용하고, 배는 흔들리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카메라가 배 내부로 그리고 인물들로 들어갈수록 그간 숨겨왔던 균열의 지점이 드러난다. 이 균열을 전면화하는 것은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외부인이다. 카산드라가 배로 들어온다. 카산드라는 선상의 유령을 언급하면 배를 흔들어 놓는다. 카산드라가 말하는 유령을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살아남기 위해, 버티기 위해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타마르: 선상의 살인자> 시즌 2는 이 균열의 지점을 내밀하게 파고들어가지 못한다. 오히려 시즌 1의 서사를 추동했지만, (어느 정도) 마무리된 사건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사건을 제시할 뿐이다. 선상 인물에게 내재된 욕망은 리듬을 갖지 못하고 시즌 내내 나열될 뿐이다. 선상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194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뚜렷한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경으로 사라진다. 그 자리를 여러 인물의 균질한 욕망으로 대신한다. <알타마르: 선상의 살인자> 시즌 2의 밋밋함의 근원은 사건을 종합하며 결말로 이끄는 두 인물인 에바(이바나 바쿠에로)와 니콜라스(욘 코르타자레나)에 있다. 이들은 선상 곳곳에 자리한 균질한 욕망 사이를 뚜렷한 목적 없이 방황할 뿐, 서사적 리듬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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