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erygreenwhere

세계의 주인
평균 4.1
나도 꽃을 자꾸자꾸 샀었다. 그냥 길을 가다가 예뻐보여서 사기도 했고, 집안을 싹 청소하고 다시 살아보자며 사기도 했고, 그냥 잘되고 싶은 마음에 사기도 했다. 그런데 그 꽃을 살 때의 나와 다르게 나는 그 꽃을 늘 그냥 썩게 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꽃을 살필 만큼 나는 여유롭지도 너그럽지도 못해서 늘 정신 차려보면 꽃이 다 시들어 있었다. 물도 다 썩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왜 잘 두지도 못할 거면서 꽃을 사냐고 해도, 왜 다른 것도 아니고 꽃이냐고 해도, 꽃에 대한 무언가가 있냐고 물어도 나는 대답할 게 없다. 나에게 정말 꽃에 대한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그 꽃을 산 순간에는 그 순간이 중요하지 않았을 거다. 그 순간이 떠올랐다고 해도 중요한 건 그 순간이 아니라 내가 꽃을 산 순간이다. 나는 또 썩게 둘 꽃을 또 살 거다. 이번에는 꽃이 잘 시들 때까지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도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꽃을 사던 나는 새로운 기대감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어떤 종류의 기대감, 나에게는 그게 늘 필요하니까. 다 썩어 시들어도 다음엔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세계의 주인을 보는 내내 너무 많이 울었다. 그런데 반대로 너무 많이 웃었다. 울어버릴 걸 알면서도 무언가를 시작해보고, 웃어버릴 걸 알면서도 비장해지는 나처럼 주인이도 세상 속의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 어떻게 사는 게 맞을까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라고 적어두었던 기억도 안 나는 시간 속의 내가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의 내가 살고 있던 방식이 정답이란 게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게 정답일 것 같다. 잘 정리해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두서없이 무작정 적어내리는 지금이 가장 솔직한 것 같아서 써둔다. 영화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세상 사람들은 나를 마음대로 생각해버리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나는 알고 있고, 이제 나 혼자가 아니라 세계의 주인과 함께 같이 알고 있다. 나는 또 시간이 생기면 꽃을 사야지. 세계 속에서 꽃은 매년 매순간 피어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