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nny

도쿄 바이스2
평균 3.8
방식을 무시해도 될 때와 따라야 할 때. 그것을 아는 이들과 모르는 자들의 이야기. 시즌2로 종영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정말 훌륭하게 끝맺었다. 모든 인물에게 적절하게 서사를 부여하는 동시에 그것들을 촘촘하게 엮어서 중심 사건으로 나아가는 솜씨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단했다. 언론과 경찰, 야쿠자, 심지어는 미국 정부까지 이어져 있는 이야기의 전개도 좋았다. 어느 집단 하나가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이해관계 속에서 행동하는 복잡한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해서 보게 하지만, 때로는 그들이 지닌 흠결까지도 냉정하게 드러내보이는 드라마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각본과 함께 연출도 굉장히 탁월했다. 도쿄라는 대도시를 무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인 만큼 연출에 있어서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을 듯한데 장면 하나하나에서 디테일을 고민한 것이 보였다. 특히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배경의 열차까지도 화면 연출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장면에서는 감탄만이 나왔다. "Patience is not weakness." 토자와가 최후로 향해가는 과정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 그가 저지른 악행에서 비롯된 결과였기 때문에 납득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누구 앞에서든 항상 기세등등했던 토자와의 마지막 순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타났지만 단연코 이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하다. 단순히 악인의 최후여서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극악무도했던 야쿠자조차도 어찌하지 못하고 체념하고 마는 일본 특유의 정서를 탁월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토자와가 야쿠자 두목들이 모두 모인 방에 들어섰을 때는 앞으로 얼마나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처벌이 벌어질지 기대했다. 그런데 동료를 배신한 대가가 겨우 자결로 끝내는 것이라니. 이 무슨 심심한 최후인가 싶었다. 그러나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토자와의 얼굴에 스며든 그 감정을 느낀 순간 이것이 무엇보다도 무거운 형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고자 했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이 뒤집혔다는 것을 안 그 순간 토자와도 이미 모두 끝나버렸다. 잔인한 사업 수완으로 이용했던 일본인의 정서로 인해 자신도 죽음에 이른 토자와를 보니 마음이 씁쓸하다. 더 끔찍한 최후를 겪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무엇이 그를 저렇게 포기하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家に、戻りたい。" 사토의 서사는 완벽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훌륭하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서 선택한 야쿠자로서의 삶. 그러나 그 선택의 대가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동생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로부터 지켜낸다. 다루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 감정적 울림이 그다지 큰 드라마는 아니지만, 카이토를 집에 데려다준 뒤 같이 들어가자는 엄마의 말에 사토가 망설이다가 끝내 거절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족이 위험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가공의 인물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사토는 부디 끝까지 행복했기를 바란다. 야쿠자의 방식이 비록 잘못됐을지라도 사토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담으로 토자와를 처리한 뒤 차에 타면서 사만다에게 손으로 브이 하는 사토가 굉장히 귀여웠다..) "You are a terrible friend." 트렌디와 제이슨의 로맨스가 전체 서사에 비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비중있게 다룬 것은 제이크의 이기심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90년대 일본을 살아가는 게이로서 트렌디는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준 제이슨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그런데 그 소중한 인연을 제이크는 기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망쳐놓았다. 결국 제이크가 입사했을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친구는 영영 떠나갔다. 사실 트렌디뿐만 아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 취재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사랑했던 미사키까지, 제이크는 주변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상처를 주는 존재다. 기자로 일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로서는 그런 제이크가 무척이나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드라마는 그의 이기적인 선택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줬지만 특별히 제이크라는 인물을 부정적으로 그려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본인과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얼마나 무모해질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A quiet, boring life. Do you really want that? Will you actually live that?" 사만다는 알다가도 모르겠는 재미있는 인물이다. 토자와라는 공공의 적도 사라지고, 남자친구 사토는 치하라카이의 두목이 됐으니 이제 편하게 지낼 만도 한데 또 다시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 여행을 위한 돈을 잠깐이기는 하지만 연애 감정까지 느꼈던 오노가 죽은 뒤에 몰래 보관해둔 서류로 마련했다는 사실이 참 대단하기도 하고, 굉장히 사만다답기도 하다.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제이크와 마찬가지로 사만다도 위험천만한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다. 야쿠자와 거래하고,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심지어 총까지 휘두를 정도로 무모하다.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만다의 이후 이야기는 과연 어떠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2025년 1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