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영화 ・ 2024
평균 4.1
'달린다' 그리고 '가장 빠른 사람이 이긴다'라는 직설적인 스포츠물로서의, 그리고 육성 갓챠게임 출신으로서의 아이덴티티 양쪽을 놓치지 않은 비주얼 혁명이 100분 내내 이어진다.
영화 시점의 전편 격인 시리즈 에서부터 사이게임즈 픽쳐스는 '프리티'한 캐릭터들의 형상을 무너트리고 일그러트리며, 한편으로는 레이스의 역동적 속도감을, 한편으로는 우마무스메들의 울분, 광기, 승리를 향한 집념을 표현했다. <극장판 우마무스메 새로운 시대의 문>은 ROAD TO THE TOP보다 더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을 통해 이 '언프리티'의 의지를 이어받고 여러 단계 더 진화시킨다. 게임 내의 '고유기,' 또는 코믹스 신데렐라 그레이의 '영역(존)'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 연출을 추가하며, 자칫 비슷한 패턴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레이스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또다른 경이로움을 더한다. 오프닝 시퀀스 야요이상의 후지 키세키와 사츠키상에서 '한계의 너머'에 다다르려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레이스 연출의 화려함은 그 중에도 백미이다.
'영역' 연출을 통해 정립한 초현실적 이미지를 각 캐릭터별로 연결하여 각자의 욕망과 절망을 표현하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한계의 너머'는 맨하탄 카페의 '친구'와 시각적 유사성으로 연결되어 각자가 추구하는 집념과 레이스 그 끝의 이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 앞의 이상과 달리는 외적 동기가 없는 정글 포켓에게 있어서 그 이미지는 '벽'으로서 작용하며, 주인공 포켓이 스스로의 방식을 찾고 성장하기 위해 부숴야 할 장애물이 된다. 지금까지 우마무스메 시리즈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달리기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결국 이런 연출은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캐릭터의 성장 과정과 성과를 관객의 머리 속에 박아넣는다. 타인의 잔상을 깨부수고 본인 스스로의 정념만을 마음껏 분출하는 이것이, 터프 위에서 오직 자기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자기 자신의 승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최우선이 되는 직선적 스포츠 '달리기'를 가장 알맞게 묘사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극장판 우마무스메 새로운 시대의 문>은 역동적인 레이스 작화뿐 아니라, 일상 장면에서도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명암과 색감, 과감한 카메라 활용을 통해 스토리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적극적인 광각, 기이한 검붉은 조명, 그리고 의도적으로 피사체의 일부를 화면 테두리 바깥으로 잘라내 버리는 카메라는 강력한 반동인물인 아그네스 타키온의 강력한 '잔광 残光'을 극 내내 일관적으로 드리운다. 더해서 지금까지 우마무스메 애니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섬뜩한 사운드 디자인은 그 긴장감이 우스꽝스러워지지 않을 수 있는, '언프리티'하고 때로는 기괴한 극의 톤을 유지시킨다. 육성 스토리를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맨하탄 카페 캐릭터를 타키온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이하게, 하지만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게 한 데에는 분명 이 세심한 톤 설정이 유효했을 것이다.
캐릭터 간의 분량 배분 역시 탁월하다. 인기도 많고 실제로 매력적인, 그리고 무려 의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나리타 탑 로드/메이쇼 도토의 분량을 최소화하고, 주인공과 같은 세대인 단츠 플레임과 맨하탄 카페에게도 불필요한 스크린타임을 할애하지 않았다. 100분의 러닝타임 속 능숙히 다룰 수 있는 한계라고 흔히 말해지는 3명의 스토리를 주인공인 정글 포켓 - 최강의 반동인물 아그네스 타키온 - 아그네스 타키온의 거울쌍인 후지 키세키에 집중해, 주니어-클래식3관-재팬컵 2년간의 여정을 올곧게 내달린다. 캐릭터에 집중한 탓에 에서 상세히 다뤘던 트레이닝 전략 수립 과정이 생략된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성장물로서 성공적인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종합적으로, <극장판 우마무스메 새로운 시대의 문>은 극장에서 보는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한계의 너머'에 도전한 훌륭한 작품이다. 갓챠게임 모에계 미소녀들의 '프리티'함의 벽을 과감하게 넘어서고, 매 컷에서 전율을 불러오는 역동적 연출의 극한을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깔끔히 정리한 플롯으로 기존 IP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완결성을 성립시켰다. 무엇보다, 시각적 연출 하나만으로도 올해, 또는 한 세대를 대표할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